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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6기 23년 반면교사] (하)‘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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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6기 23년 반면교사] (하)‘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

정실·특혜인사 논란·수십억 들인 상징조형물도 실패

◆민선시대 조형물 7건에 26억 6000만 원 투자, 예술성 떨어져 관광객 외면

‘우리는 산업역군 보람에 산다’는 탄광도시로 출범했던 태백시는 민선시대를 맞아 상징조형물 설치를 유난히 선호했다.

그러나 문제는 태백지역에 설치한 이들 조형물은 10년 앞도 내다보지 않고 실적위주, 보여 주기식 탁상행정으로 추진되면서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태백산국립공원 입구에 설치된 태백산 조형물. 전광판이 고장나자 현수막으로 '눈가림'을 해놓고 있다. ⓒ프레시안

우선 민선 3기인 지난 2005년, 해발 920미터 삼수령 고갯길에 한강, 낙동강, 오십천 등 발원지 문화의 의미를 살린다며 2억 8100만 원을 들여 ‘삼수령 상징 조형물’을 설치했다.

이어 이듬해 태백시는 종합운동장 인근에 3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고원체육도시 상징조형물’을 세웠다.

당시 조형물 설치는 민선 1~3기 임기를 마치기에 앞서, 일부 간부의 건의에 따라 ‘치적용’으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선 4기가 출범한 2008년 태백시는 상징조형물 설치지역을 놓고 고민하다가 경북 봉화군과 강원도 태백시의 경계지점에 세우게 된다.

당시 태백시는 동점동 지역에 1억 8300만 원을 들여 ‘고원스포츠 레저도시 상징조형물’을 설치했다. 스키와 골프는 물론 각종 체육대회를 상징하는 내용이 탑처럼 만들어진 조형물을 배치했다.

또한 2009년에는 3억 5900만 원을 투자해 태백산 당골입구에 4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는 아치형태의 LED 문자전광판으로 된 태백산과 발원지 도시의 상징조형물을 만들었다.

규모는 웅장하지만 한 눈에 봐도 조잡하기 때문에 태백산을 찾는 등반객들은 누구도 이곳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현재 이곳 조형물은 전광판이 망가져 무용지물이 되자 현수막으로 가려 놓고 있다. 한 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태백시의 상징조형물 설치는 민선 5기와 6기에서도 중단되지 않고 이어졌다. 특징이라면 예산규모가 더 커졌다는 점이다.

먼저 2013년 5억 3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입구에 양대강 발원지의 상징조형물을 설치했다. 검룡소를 찾는 관광객들도 이 조형물을 일부러 찾는 발길을 구경하기 힘들다.

같은 해 태백시는 태백산 당골광장 인근 공터에 4억 8000만 원을 투자해 태백산 7선녀, 태백의 향연, 태백산 등을 상징하는 3개의 상징조형물을 세웠다. 그리고 이후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서 예산낭비의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 조형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또한 드물다.

민선 6기인 2015년 8월, 38번 국도 싸리재터널에서 태백방향의 도로를 가로지르는 ‘산소도시 상징조형물’을 5억 2700만 원을 들여 설치했다.

이 조형물은 2016년 승용차가 충돌하면서 조형물 하단부가 망가져 보수를 하게 되는 바람에 가격이 저렴한 자재를 사용해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민선 3~6기에 걸쳐 태백시가 설치한 7개의 상징조형물 사업에 총 26억 6000만 원에 달하는 혈세를 쏟았지만 태백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 호미곶에 설치한 상생의 손. 연간 40만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포항의 명소다. ⓒ포항시

전문가들은 “태백지역에 설치된 조형물들은 숫자는 많지만 예술성과 독창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 때문에 관광객은 물론 태백시민들에게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조잡한 수준의 조형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 1999년 경북 포항시가 호미곶에 10억 원을 투자해 설치한 ‘상생의 손’은 2000년부터 연간 40만 명 이상이 찾는 포항의 관광명소이자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올 1월 1일 열린 일출행사에는 무려 35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포항시 관계자는 “상생의 손은 새천년을 맞아 모든 국민이 서로를 도우며 살자는 뜻에서 설치한 조형물”이라며 “상생의 손 가운데 왼 손은 육지에 오른 손은 바다에 위치하며 상극의 반대인 상생의 상징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 북동부 폐광촌 게이트헤드시에 설치한 안토니 곰리의 작품 ‘북방의 천사’는 상징조형물 하나가 지역을 어떻게 변모시켰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1998년 5월, 16억 원을 들여 높이 20미터, 날개길이 54미터에 고철덩이로 만든 ‘북방의 천사’작품은 매년 40만 명이 찾고 있으며, 6000여 개의 일자리 창출을 만들었다.

1980년대 실업률 20%에 달할 정도로 피폐했던 이 도시는 연간 7조 원대의 수입을 올리는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조형물의 위력에 세계가 감탄했다.

황재형 화백은 “영국 북서부 게이츠헤드는 암울한 폐광촌이었지만 1998년 ‘북방의 천사’작품이 기적을 만들었다”며 “연간 40만의 관광객을 비롯해 6000개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여 명의 예술가와 공무원들이 어둡고 암울한 폐광촌을 공공미술을 통해 미래지향적이며 활기찬 도시로 만드는데 성공했다”며 “총 60억 원을 투자해 년 7조 원의 관광수입을 올린다면 이게 바로 기적”이라고 전했다.

태백도 기업유치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제는 문화아이콘으로 새로운 일자리와 관광명소를 만들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국 게이츠헤드에 설치된 '북방의 천사' 조형물은 연간 4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프레시안

황 화백은 “삼수령이나 연화산에 예술성과 독창성이 뛰어난 세계적인 조형물을 만들고 함태초등학교 폐교부지와 시설을 활용해 전 세계에서 유일한 독특한 예술 공간으로 만드는 기회가 필요하다”며 “이제는 기업유치보다 더 현실적인 사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실인사’ 논란, 오투리조트 백서 발간 계획도 백지화


민선시대가 시작한 이후 1기~4기에는 오랜 행정경험을 갖춘 전직 태백시장과 부시장 출신 등 이른바 ‘관선출신’이 각각 단체장으로 선출되면서 조직 장악에 무리가 없었으며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 보직인사에서도 잡음이 크게 없었다.

그러나 행정경험이 전무한 언론사 기자를 거쳐 강원도의원을 지낸 단체장이 태백시정을 책임진 이후,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그 우려는 수십 년 이어온 내부조직의 장악력, 단체장과 공무원 조직과의 원만한 관계유지,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의 활력 등이 제대로 가동할 수 있을지 여부였다.

주변의 우려는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나’로 변했다.

민선 5, 6기에서 승진인사와 보직인사에서 연공서열이 무시되고, ‘보은인사’라는 ‘논공행상’ 인사논란이 끊이질 않게 되면서 공직사회와 청사 주변에서는 ‘발탁인사’를 빙자한 ‘정실인사’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특히 어떤 경우에는 그 정도가 지나치자 공무원노조에서 ‘특혜인사’라는 비난에 이어 1인 시위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집행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시장 직속으로 ‘정책특보’를 신설해 운영한 것은 행정경험이 부족한 민선시장을 보완하는 당초 취지를 감안해도 공직사회와 지방정가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정직 3개월의 중징계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사무관으로 승진시킨 사례는 대표적인 특혜인사이며 정실인사”라며 “발탁을 빙자한 측근들의 승진인사는 수십 년 사무관 승진을 기대한 공무원들의 사기를 한 순간에 꺽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3월초 사무관 승진인사가 특혜라며 공무원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레시안

한 간부 공무원은 “정책특보 제도가 생긴 뒤 간부 공무원들이 특보에게 줄을 서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수시로 일어났다”며 “특보제도는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또 다시 선거를 위한 자리로 변질되었다는 비판도 많았던 것이 지방정가의 지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물론 다수 공무원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가 단행될 경우 모두가 납득하고 공무원 조직이 건강하게 활성화되면서 일할 맛이 나고 당연히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공직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입을 모은다.

원기준 광산문제연구소장은 “인사가 만사라는 표현처럼 민선 시대 인사의 중요성은 누구나가 잘 아는 사안”이라며 “문제는 욕심을 내면 위험하고 서둘러 개혁을 진행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한 “달콤한 조언보다 필요한 말을 직언하는 공무원이 주변에 많도록 분위기를 바꿔야 할 것”이라며 “해당 분야 역할을 맡아 소화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을 갖춘 사람을 중용하는 관행이 이어지면 성공한 인사로 정착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무원조직을 어떻게 훈련시키고 교육을 시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단체장의 역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태백시는 민선 4기시절인 2007년 7월 5일 태백시청 대회의실에서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유바리시를 반면교사 삼자’라는 주제로 특별교육을 가졌다. 일본의 대표적 폐광도시 유바리시는 ‘파산의 대명사’로 불리는 곳이다.

태백시의 당시 상황은 오투리조트 개장을 1년가량 앞두고 회원권 분양저조로 극심한 자금난 때문에 태백시도 파산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당시 태백시 공무원들은 유바리시 파산의 원인과 파산의 실상을 비디오로 관람한 뒤 태백시장으로부터 “타당성 없는 관광사업 투자와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파산을 맞은 유바리시를 교훈삼아 태백에서는 결코 이런 일이 없도록 힘과 지혜를 모으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태백시는 오투리조트를 개장하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1460억 원의 과도한 빚을 내면서 반면교사는커녕 스스로 파산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민선 5, 6기는 오투리조트에 ‘저당’ 잡혀 빚 청산에 허비하면서 오투리조트 사태를 반면교사 삼기 위해 ‘오투리조트 백서’를 만들기로 했지만 백서발간계획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송은영 태백문화원장은 “오투리조트 사태는 지방자치단체가 리조트 사업을 펼치면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교훈으로 삼기 좋은 반면교사”라며 “4400억 원의 손실을 입은 오투리조트 사태를 백서로 만들지 않는다는 자체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8년 12월 23일 오투리조트 개장과 동시에 태백시는 과도한 부채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프레시안

한편 태백시의 2018년 당초 예산은 3139억 원으로 인근 영월군 3856억 원, 정선군 3892억 원, 삼척시 4950억 원에 비해 각각 18.6%, 19.4%, 36.6%나 예산규모가 적은 실정이다.

7월 현재 태백시의 인구는 4만 5387명으로 삼척시의 6만 9800명에 비해 적지만 영월군(4만 명)과 정선군(3만 8300명)에 비해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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