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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이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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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이야포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전남 여수 지역의 민간인 학살 사건

​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안도 이야포

정부의 이동명령이니까 따랐을 뿐이지요

부산에서 통영으로, 욕지도에서 안도 이야포로

끝없이 밀리고 밀려가는 파도처럼

떠밀리고 휩쓸려 가는 부표처럼

동고지산 서고지산 마주 보는 곶머리

평화로운 몽돌 해변까지 흘러들어 왔지요

검문을 기다리는 시간을 정박해 두고

오도 가도 못할 포구 앞바다

피난선 태극기는 바람에 휘날렸지요

어디선가 날아든 미군항공기 네 대

크게 한 바퀴 휘잉 돌더니 다시,

더 낮게 더 가깝게 다가와요

큰 별이 박힌 비행기 바라보며

푸른 눈의 조종사 눈인사도 했지요

손까지 흔들어 주며 웃어 주었지요

휘이잉~~ 슈웅~ 슝~

두두두두.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멸치 떼 튀어 오르듯 쏟아지는 기총사격

살점 튕겨 나가고 비명도 뛰어들고

은빛 물결 핏물로 번져 출렁거렸어요

빨갱이 소굴이라고 목을 베어 전시하던

백두산 호랑이가 아직도 생생한데

바다 위 시체들 활화산 더미 되어

며칠 동안 활. 활. 활 타올랐지요

엄마 몽돌, 아빠 몽돌, 누이 몽돌, 아가 몽돌

서로를 껴안으며 비벼대며 자그작 자그작

서로를 애타게 불러 주던 몽돌 숲 그 이름들

침몰된 피난선처럼 야산에 묻혀버린 역사는

죽음으로써 기억을 증명해야 하는 목격자들

또다시 거센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 와요

돌탑에 꽂혀있는 국화꽃 송이 송이가

바람에 한들거려요

▲ 이야포 민간인학살 위령비. ⓒ강경아
▲ 이야포 민간인학살 위령제. ⓒ강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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