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내는 SNS <한국어교실>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단어들이다. 순우리말인데도 불구하고 처음 본다는 독자들이 많았다. “잘못 쓴 것이 아니냐?”부터 시작하여, “진작 우리말 공부를 더 했어야 한다.”는 자조적인 한탄까지 참으로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사실 우리는 한자어의 세력에 밀린 순우리말을 잊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마소가 끌던 우•마차는 사라지고, 대부분이 자동차를 이용해서 생활하고 있으니, 이런 용어들은 사라져가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려견도 많고, 주변에 짐승을 키우거나 관람할 수 있는 곳이 사방에 널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단어들이 사라지고 있음은 분명코 우리말에 대한 인식이 무뎌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필자는 국한문 혼용을 주장하는 학자지만 순우리말의 아름다운 점도 살려야 함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다행스럽게도 세종시는 한글의 우수성을 살려 마을 이름을 한글로 짓고 있어서 타도시에 비해 소통하기가 쉽다. 요즘은 영어나 독일어로 된 아파트 이름이 많아서 노인들에게는 참으로 힘든 세상이기도 하다.
‘하릅’에 관해서는 오래 전에 집필한 적이 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가 원래는 ‘하릅강아지’에서 유래했다는 말이다. 그러면 하릅강아지란 무슨 말인가 “낳은 지 1년 된 강아지”라는 말이다. 원래는 “하릅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였는데, 사람들이 ‘하룻강아지’가 이해하기 쉽고 편해서 이렇게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 ‘하룻강아지’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경험이 적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물론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강아지”라는 의미도 있고, “한 살 된 강아지(하릅강아지)”라는 의미도 있다. 이제 각각의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자.
하릅 : 소, 말, 개 따위가 한 살이 됨을 이르는 말
이듭 : 말이나 소의 나이에서, 두 살을 이르는 말
사릅 : 말, 소, 개 따위의 나이 세 살을 이르는 말
나릅 : 말, 소, 개 따위의 나이를 말할 때 ‘네 살’의 나이를 이르는 말
(이상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 인용)
이런 말들은 방언도 참으로 많다. 지역마다 ‘이듭’에 대하여 ‘이들비’, ‘이쉬’, ‘이수’ 등으로 다양하게 이르고 있지만 표준어는 ‘이듭’ 뿐이다. ‘사릅’도 ‘선보트개’, ‘보쯔개’, ‘사랍’, ‘사롭’ 등의 방언이 있다. 이 단어를 예로 들어 보자.
1)우리 집에 사릅-부룽이 하나 있다네.
2)사릅 송아지는 이도 들어 보지 말랬다.
이런 문장은 요즘 사람들에게는 새로 번역해 주어야 한다. 1)은 “우리 집에 세 살 먹은 아직 길들이지 않은 수소가 하나 있다.”는 말이고, 2)는 “세 살 먹은 송아지는 누구나 보면 안다”는 뜻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참고로 부룽이는 ‘부룩소(길들이지 않은 어린 소)’의 방언이다.)
이상을 통해서 보면 ‘릅’이나 ‘듭’이 ‘지나온 나이’를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단어는 모두 ‘릅’으로 마무리되었는데, ‘이듭’만 다른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것은 ‘이튿날’을 생각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이라고 하지만 ‘이틀’은 어원이 ‘이튿(이튿날)’이기 때문에 이 발음이 살아서 ‘듭’으로 굳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어원을 알고 보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닌데, 무조건 암기하려고 하면 정신없어진다. 우리 학생들이 ‘사흘’을 ‘4일’로 알고 있다는 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흘과 나흘도 뜻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을 어찌해야 좋을까?
더 잊기 전에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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