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내 딸, 엄마 곁을 떠난지도 벌써 426일이 되었구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내 딸, 엄마 곁을 떠난지도 벌써 426일이 되었구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의지를 다지며] 故 채현인 씨 어머니 강현순 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국회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의지를 다지며 고인이 된 가족들에게 쓴 편지를 공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 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다짐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본회의 신속통과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고(故) 김용건 씨 어머니 간덕임 씨와 고(故) 채현인 씨 어머니 강현순 씨, 고(故) 김의현 씨 어머니 김호경 씨가 각각 편지를 낭독했다.

다음은 유가족들의 편지 전문이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을 찾았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간호학과 4학년 채현인 씨의 어머니 강현순 씨 편지다.

▲ 159명이 압사당한 현장은 폭 3m 남짓의 좁고 가파른 내리막 골목길이었다. 현장 CCTV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해당 골목의 군중 밀도는 오후 10시 15분께 ㎡당 7.72∼8.39명에서 5분 뒤 ㎡당 8.06∼9.40명으로 증가했다. 오후 10시25분께는 ㎡당 9.07∼10.74명까지 늘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내딸 현인아!

예쁜 내딸이 엄마곁을 떠난지도 벌써 426일이 되었구나..

너무 너무 보고싶다~ 항상 장난처럼 결혼하고 애를 낳아서도 엄마옆에 꼭 붙어서 산다고 했던 약속은 지키지 못했구나..엄마의 삶을 뒤돌아보면 현인이와 보냈던 시간들이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어..걱정많고 자신감도 별로 없는 엄마에게 우리 현인이는 엄마를 응원해주고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지..엄마 사랑해. 난 엄마뿐이야..엄마 최고..친구같은 엄마가 있어서 난 행복하다고..현인이가 말해주어서 엄마는 힘이 나고 너무너무 행복했단다..니가 친구들얘기.학교얘기.인생얘기.미래얘기등등 거의 매일 비슷한얘기를 해도 같이 웃고 떠들었지.. 아빠는 그런 우리를 보고 시끄럽다고 질투 섞인 목소리로 화를 내기도 했었지..엄마는 우리딸이 최고의 친구이자 안식처였다..인생은 홀로서기라고 엄마랑 했던말 생각나니? 현인이 없는 홀로 서기는 사실 너무나무 힘들다..현인이랑 이렇게 빨리 헤어질줄은 상상도 못했어..엄마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딸에게 준사랑보다 우리 딸에게 받은 사랑이 더 크고 많은것 같아서 너무너무 미안하고 너무너무 고맙단생각이든다..그리고 너무너무 사랑한다..

엄마는 요즘 유가족 엄마들 만나면서 서로 위로하며 울고 웃으면서 지내고 있단다..엄마는 우리딸이 제일 열심히 바쁘게 착하게 바르게 산지 알았어..그런데 여기 유가족 엄마.아빠 얘기 들어보니 너만큼 모두 열심히 착하게 꿈을 향해 바쁘게 산 친구들이더라..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구나..너도 그 친구들 만나서 같이 있을테니 잘알거야..바쁜일상속에서 잠시 힘든 몸과 마음을 달래려 저녁을 먹고 회식을 하러 왔던 너희들이 이태원 1번 출구 도로에 가쳐 버렸구나..왜 해마다 배치된 기동대는 배치가 안되었고 왜 인파로 위험하단 신고는 무산되었는지..아이들을 인도로 올리지만 않았더라면..무정차만 시켰더라면 등등...무언가 하나만이라도 지켜졌더라면 이 참사가 있지 않았을텐데..라면서 엄마는 정말 가슴이 무너진다.. 참사원인은 군중유체화라고만 나왔지.. 군중유체화가 될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밝혀진게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구나..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만 안 했음, 마약수사에 초첨만 맞추지 안 했더라면 아무일 없었을텐데..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엄마 마음이 찢어지는구나..오히려 책임지는 사람없이 우리 예쁘고 열심히 산 너희들한테 흥청망청 놀러가서 사고 났다고 프레임 씌우며 더 이상 밝힐 게 없다고 외면하는 정치인이나 사람들 때문에 우리 유가족들은 힘을 합해 목소리를 내고 있구나. 대한민국은 가장 안전한 나라라고 믿고 아무생각없이 이태원거리를 간 너희들과 우리 유가족 잘못이 아니라 보호해줬어야 할 국가가 책임을 못한거란 명확한 진실과 이유가 밝혀질 때까지 말이다..

우리 딸도 응원해줄거라 생각한다

엄마는 사실 우리딸이 없어 뭐를 해도 마음이 허전하고 행복하지가 않는구나.. 이세상 유일하게 엄마와 결이 같았던 친구같은 내딸..나의 행복이었던 내딸..이번 생애에 엄마와 인연이 이리 짧을줄이야.. 너무너무 미안하고 너무너무 고맙고 너무너무사랑한다 어디에 있든 행복하고 다음생애에 꼭 다시 만나자~ 사랑하는 내딸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명선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