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요국 채권 금리 하락세가 이어졌다.
20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7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포인트) 하락해 3.849%로 떨어졌다.
지난 7월 27일(3.839%) 이후 약 5개월여 만에 최저 기록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 시간 21일 오후 1시 현재도 10년물 금리는 3.84~3.86% 구간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16년 만에 처음으로 5%대까지 치솟은 10년물 금리(5.02%)가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금리 하락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그만큼 채권 가치가 오르고 있다.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12bp 떨어져 3.53%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이후 최저점이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4bp 하락해 1.97%를 기록했다.
미 국채 금리를 따라가는 한국 국고채 금리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한국 국고채 금리는 2년물 3.7bp, 5년물 3.6bp, 10년물 1.7bp가량 하락해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각국 채권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안정화함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이 조만간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 각국에 다시 유동성 공급이 강화되리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지난주 연준은 내년에 총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 이후 예상보다 빨리 통화 정책 완화가 시작되리라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국고채 수익률의 급락을 이끌고 있다.
이에 더해 전날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0.1%를 유지하기로 하고, 기존의 초완화 정책을 버릴 생각이 없다는 의향을 밝힌 것도 시중 금리 움직임을 자극했다.
여기에 이날 영국 통계청이 11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 4.6%에서 3.9%로 하락했다고 발표하면서 인플레 완화 기대감이 확산했다. 영국의 이번 물가 상승률은 2021년 9월(3.1%) 이후 가장 낮았다.
다만 이 같은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기준 금리를 빨리 내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이날 하커 총재가 필라델피아 라디오 WHYY에 출연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는 없다"면서도 "나는 기준금리를 당분간 유지하고, 이후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커 총재는 아울러 "기준금리 인하는 너무 빨리 할 필요가 없고, 당장 할 것도 아니"라며 "(실제 인하가 시작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렌 젠트너 모건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현재 시장의 기준금리 완화 기대감이 지나치다고 경고했다.
젠트너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내년 3월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리라는 기대는 너무 과하다"며 "나는 6월 이후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리라고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에 들어가려면 그 전에 물가 상승률이 2% 목표로 복귀했다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마켓워치>도 앞으로도 시중 금리에 영향을 끼칠 변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중동의 긴장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촉발할 수 있"고 "예멘 후티 반군의 보트 공격으로 인해 해상 운송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에 따라 이 지역 석유 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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