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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업계의 '탄소 감축' 약속에 숨어있는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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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업계의 '탄소 감축' 약속에 숨어있는 함정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 석유 업계가 언급하는 5개의 '말'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석유 회사들은 유엔 기후 회담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해왔다. 올해는 그렇지 않다.

올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석유 생산량을 늘릴 방안을 찾고 있는 주요 석유·가스 생산국인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다. 그리고 석유 업계는 이번 회담에서 큰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COP28라는 이름의 이번 회의에 자체 전시관을 마련했고, 거대 석유 회사들은 기후 운동가들의 실망감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석유업계는 기후 변화에 대한 그들의 약속과 성명에서 뭐라고 말했을까? 그리고 그 말들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할까?

대부분의 석유 회사는 기후 변화가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세계 경제와 자신들의 이익을 강화하는 대량의 화석 연료를 전 세계가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러나 기후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미치는 최악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 사용을 급격히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산타바바라 소재 캘리포니아대 정치학 부교수인 파샤 마다비는 "이들 기업이 무엇을 약속하고 어떤 정책을 지지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석유 기업이 사용하는 말들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말들이 항상 간단명료한 것은 아니다. 석유 회사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흔하게 사용하는, 핵심적이지만 때로는 혼란을 주는 다섯 가지 문구와, 이 말들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살펴본다.

1. 저탄소 에너지

이산화탄소의 줄임말인 '탄소'는 기후 논의의 핵심이다. 대부분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석유, 가스, 석탄을 태울 때 발생하고, 지구를 더 뜨겁게 한다.

많은 석유 회사들이 "저탄소 에너지(low carbon energy)" 및 "더 적은 탄소 에너지(lower carbon energy)"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는 에너지의 미래가 저탄소라고 믿는다"라고 NPR의 후원사인 셰브론은 광고와 연설에서 자주 강조한다.

마다비는 "낮은"(low) 또는 "더 낮은"(lower)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들이 탄소 배출량 '제로'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더 많은 '저탄소 에너지'를 추구한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석유와 가스를 계속 생산하고 사용하되, 좀 더 깨끗한 추출 및 처리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마흐다비는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고 하지만 최종 제품에는 여전히 많은 양의 탄소가 포함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저탄소" 이니셔티브에 투자하는 셰브론과 다른 회사들에게 이 문구는 때때로 지구 내부의 열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과 같이 화석 연료보다 더 깨끗한 대안을 의미한다. 그들은 꽤 자주 화석 연료의 생산과 사용 과정을 깨끗하게 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여기에는 화석 연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의 배출을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

지난 주말 (셰브론은 아니지만) 한 석유 회사 그룹이 메탄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서약을 발표했지만 과학자들은 석유와 가스로 인한 전체 배출량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저탄소 에너지'의 또 다른 핵심 기술은 "탄소 포집 및 저장"이라고도 한다. 화석 연료 생산 및 가공에서 발생하는 탄소 오염물을 포집해 대기에 도달하기 전에 지하에 가둬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탄소 포집 기술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탄소 포집 프로젝트가 예상만큼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거나 예산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기후 과학자들은 탄소 포집으로는 대량의 배출량을 줄일 수 없으며, 실제로 탄소를 줄이려면 화석 연료를 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2. 줄어들 기미가 없는 화석 연료(Unabated fossil fuels)

"줄어들 기미가 없는 화석 연료". 올해 기후 회담에서 많이 등장하게 될 이상한 문구다. 회담의 많은 부분이 "줄어들 기미가 없는 화석 연료"를 줄이거나 아예 쓰지 않으려는 각국의 거센 노력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함께 "줄어들 기미가 없는" 석탄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는 서약에 동참했다.

이는 화석 연료를 없애는 것과 비슷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줄어들 기미가 없는"(unabated)이라는 단어에 주목하라. 이는 석탄, 석유, 가스로부터 나와 대기로 바로 들어가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탄소 배출량을 의미한다.

석유 회사들은 화석 연료의 생산과 사용으로 인한 배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적어도 일부 배출이 대기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탄소 포집 및 저장, 즉 성공 실적이 저조한 '저탄소' 기술이 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지점이다.

NPR의 후원사이기도 한 엑손모빌은 탄소 포집을 선전하는 NPR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NPR은 뉴스 부서와 스폰서십 부서를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다. 이러한 스폰서십에 대한 질문에 NPR 대변인은 "NPR은 자금 지원을 거부할 수 있는 출처의 목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해 상충 또는 이와 유사한 우려를 고려한다"라고 밝혔다.)

전 세계가 이런 단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석유 및 가스 생산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계 지도자들이 "줄어들 기미가 없는" 화석연료만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결정한다면, 새로운 오염 방지 및 저장 기술과 결합해 이론적으로 석유 생산이 무한정 지속될 수 있다.

3. 순 배출량 제로(net zero)

많은 석유 회사들이 '넷 제로'(net zero)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는 8년 전 파리에서 열린 기후 회담에서 '넷 제로' 목표를 설정했다.

'순 배출량 제로'란 인간이 배출해 지구를 덥히는 오염 물질만큼의 양만큼 대기에서 오염 물질을 제거함으로써 상쇄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나무를 심거나 거대한 탄소포집 구조물을 만드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오늘날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극히 일부분만 되돌릴 수 있다.

진정한 '넷 제로'에 도달하려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순 배출량 제로"는 약삭빠른 문구가 될 수 있다. "순 배출량 제로" 목표를 설정한 일부 석유 회사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석유에서 배출될 탄소는 포함하지 않고 자신들의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만 언급한다.

이들은 따라서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을 사용해 석유 시추 장비에 전력을 공급하고, 생산한 석유가 휘발유나 제트 연료로 연소될 때 막대한 양의 탄소 오염 물질을 배출하더라도 '순 배출량 제로'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석유 생산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기후 문제 해결의 중요한 부분이며, 더 많은 기업이 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유엔 기후 회담의 목표, 전 세계 순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를 위해서는 애초에 석유를 훨씬 적게 사용해야 한다.

4.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Reliable and affordable energy)

화석 연료 회사들은 광고와 연설에서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자주 언급한다.

그러나 이 기업들은 풍력이나 태양열과 같은 청정 에너지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대형 석유 회사를 고객으로 둔 에너지 컨설팅 회사 래피던 에너지 그룹의 사장 밥 맥널리는 보통 저 말을 석유와 가스를 줄여 말할 때 쓴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화석 연료에 80%나 의존하는 이유는 화석 연료가 신뢰할 수 있고, 저렴하며, 안전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신뢰할 수 있다', '저렴하다', '안전하다'는 말은 종종 재생 에너지를 발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신뢰성: 화석 연료를 옹호하는 이들은 흔히 태양이 항상 비치는 않고 바람도 항상 불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기후 단체들은 거대한 전력 저장 배터리와 더 나은 전력 그리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렴하다: 석유업계는 새로운 기술로 전환하는 데 드는 높은 비용을 언급하며 이 말을 자주 사용한다. 기후 단체들은 재생에너지 비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를 막지 못하면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안전: 업계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화석 연료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 것에 대해 세계가 여전히 이러한 에너지원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또한 재생 에너지는 다른 국가에 자재 및 설비 제작을 의존해야 하지만 미국은 자국 내에 석유와 가스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재생 에너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재생 에너지가 가격 변동이 심한 석유보다 실제로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석유 업계는 또 국제에너지기구를 인용해 전 세계 7억4500만 명이 전기 없이 사는 상황에서 화석 연료는 개발도상국의 전기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기사에 대한 논평을 요청받은 엑슨모빌 대변인은 전 세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석유와 가스 생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NPR의 분석이 "단순하다"고 말했다. 또한 엑슨모빌은 최근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의 연설을 NPR에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석유와 가스의 사회적 혜택은 인류 역사상 비견할 만한 게 없다. (중략) 석유와 가스에 대한 접근성 없이 선진국에 합류한 나라는 없다."

마찬가지로 기후 회담 전 온라인 패널에서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 회사의 CEO이기도 한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를 다시 동굴로 되돌리고 싶지 않다면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적 발전을 가능하게 할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로드맵을 보여달라."

실제로 그러한 로드맵은 존재하며, 많은 전문가들이 재생 에너지를 연료 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COP28 의장 ⓒCOP28 UAE

5. 파리 동맹(Paris-aligned)

8년 전,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를 섭씨 2도 이하, 이상적으로는 섭씨 1.5도 이하로 억제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세웠다. 이를 파리 협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방법을 찾는 것이 이번 기후 회담의 목적이다. 그리고 대화에 참여하면서 석유업계가 파리 협정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파리 동맹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예를 들어 셰브론은 NPR의 논평 요청에 부분적으로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파리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많은 잠재적 경로가 있으며, 그 중 대다수는 가까운 미래에 석유와 가스를 계속 사용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석유가 필요할까? 과학자들은 파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방법론에는 석유와 가스 사용 감축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이 바로 유엔의 기후 회담에 걸려 있는 문제다. 전 세계가 파리 협정의 목표를 정확히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힘들겠지만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인다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석유 업계는 이번 회담에서 세계가 석유와 가스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며, 전환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overing Climate Now)'는 영국 가디언지와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 기후위기 저널리즘 기구이다. 로이터, 블룸버그, CBS, PBS, 알자지라 등 전 세계 500여 개 매체사가 파트너사로 활동하며, 한국에서는 프레시안, TBS, 한겨레21, 동아사이언스, 조선사이언스, 뉴스트리 등이 파트너사로 활동한다. 이 기사는 CCN 파트너사인 <NPR>에 실린 "Oil firms are out in force at the climate talks. Here's how to decode their language" 기사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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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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