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큰 관심을 모은 LK-99가 초전도체가 전혀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는 13일 공개한 'LK-99 검증백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앞서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지난 8월 2일 세계의 주목을 끈 LK-99의 상온 초전도체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김창영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를 위원장으로 한 검증위원회를 꾸렸다. 경희대·고려대·부산대·서울대·성균관대·포항공대·한양대 등의 연구기관 8곳이 모인 검증위는 각 연구소에서 교차측정을 통해 LK-99 재현을 시도해 초전도성을 검증해 왔다.
그간 검증위는 지난 10월 말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중간 브리핑을 열었다. 이번 백서 발간으로 검증위 활동은 종료된다.
LK-99는 지난 7월 22일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이 제조법 등을 담은 두 편의 논문을 논문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논문 내용이 사실이라면 인류사의 대발견이 이뤄지리라는 기대가 몰리면서 전 세계 과학계가 달아 올랐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없는 초전도 현상과 자기장에 반자성을 띄는 마이스너 효과를 보이는 물질이다. 그간 초전도체는 영하 250도 이하의 초저온·대기압의 수만 배 수준의 고압력 환경에서만 구현 가능했다. 만일 상온 상압에서도 초전도체를 구현할 수 있다면 과학소설에서나 나오는 자가부상열차 등의 상용화가 가능해지고 전력 공급에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나리라는 기대가 있다.
LK-99 관련 논문이 공개된 후 일부 연구진은 논문 내용을 근거로 LK-99에서 초전도성이 발견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발견 직후부터 이 물질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지적이 더 많았다.
특히 지난 8월 17일 독일 연구진이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 단순 절연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LK-99를 향한 기대감은 크게 떨어졌다.
당시 독일 연구진 연구 결과를 소개한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 팀이 불순물을 제거한 순수 단결정 LK-99 6개를 합성한 결과 불순물로부터 분리된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 수백만 옴의 저항을 가진 절연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관련해 검증위는 퀀텀에너지연구소로부터 LK-99 시료를 제공받아 교차 측정하는 한편,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LK-99를 재현하는 두 가지 검증에 나섰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논문 발표 넉 달이 지나도록 약속한 시료를 제공하지 않아 실제 교차검증은 이뤄지지 못했다. 검증위는 이에 공개된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합성, 고유 방법을 사용한 합성, 단결정 시료 합성 등 세 가지 방법으로 LK-99 재현에 나섰다.
그러나 세 가지 합성 모두에서 상온은 물론 저온에서도 초전도성을 보인 물체는 재현되지 않았다.
이에 검증위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공개한 논문상 섭씨 100도 근처에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 원인은 황화구리(C₂S) 불순물에서 나타나는 상전이(외적 조건에 따라 전도체 상태가 바뀌는 것)의 결과였다고 결론내렸다. 이 현상이 초전도체 현상과 유사해 착각이 일어났다는 지적이다.
불순물이 없는 단결정으로 측정한 결과에서 LK-99는 매우 큰 저항을 가진 부도체로 판명났다. 이에 검증위는 'LK-99는 부도체'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검증위는 "국내외 재현 실험 연구에서 마이스너 효과를 보인 경우는 없었다"며 "대부분의 결과가 LK-99는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 오히려 비저항 값이 큰 부도체임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이에 원 논문 데이터와 국내외 재현 실험 연구 결과를 종합해 LK-99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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