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친명(親이재명) 지도부와 각을 세워 온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와의 회동 사실을 공개하며, 이들 모두가 "(당의) 현 상황에 대해 매우 깊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들의 '3총리 연대' 가능성에 눈길이 가지만, 이들 간에도 입장차가 없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이 전 총리는 5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김부겸 전 총리와 두 번 만나 당의 상황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했고 국가에 대해서도 염려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정세균 전 총리도 짧게 뵌 적은 있다"며 다만 "정 전 총리도 당의 상태에 대해서 많이 상심하고 계셔서 그런 얘기를 깊숙하게 더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세 분 공히 민주당의 상황에 대해서 상당히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말이냐'는 확인성 재질문에 "네, 그런 표현은 틀림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총리 연대설' 등의 보도에 대해서는 "거기까지는 아직 진척이 안 되고 있다. 무슨 모색이 있는 것도 아니고"라며 "단지 현 상황에 대해서 매우 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김 두 전직 총리의 정치 재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거기까지는 제가 깊게 느끼지 못했다"며 "사람마다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적극적인 의지까지 있는 것 같지는 않고, 그러나 문제의식은 확실히 가지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언급하며 현 민주당 지도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반면, 정 전 총리는 일체의 공개 언동이 없는 상태다. 이낙연·김부겸 두 사람이 전면적(이) 또는 부분적(김)으로 이재명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면, 정 전 총리는 상대적으로 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정세균계인 이원욱 의원이 '원칙과 상식' 활동을 하며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정도다. 정 전 총리 측은 "정 전 총리도 (당 상황에 대해) 비슷한 인식이기는 하나 적극적으로 발언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전날 다른 방송 인터뷰에서는 김 전 총리와 문재인 정부 전직 총리·국무위원 모임에서 8~9명이 같이 한 차례 만났고, 또 한 차례는 양 측에서 1명씩 배석한 가운데 4명이 소규모 회동을 했고 "마지막에 한 10~15분 정도는 단 둘이만 얘기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정 전 총리와는 이같은 형식의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현 민주당의 상황에 대해 "당내 다양성도 인정되지 않고 당내 민주주의도 억압되고 있다. 그 점에서 상당히 위험한 지경"이라고 진단했다. '억압'의 주체가 누구냐는 재질문에 그는 "리더십도 있을 것이고, 강성 지지층의 압박도 있을 것"이라며 "(리더와 강성 지지층이) 연결이 안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이재명 지도부를 직격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출당 청원이 민주당 홈페이지에 올라왔다는 질문에 "몇 달 전에는 5만 명 이상이 제명 청원을 했었다"며 "당에서 몰아내면 받아야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혹시 몰아내 주기를 바라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바라기야 하겠느냐. 그러나 당원들이 그렇게 하고 당이 결정한다면 따라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그러면서 '국가를 위한 역할도 당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진 않고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것보다는 더 큰 고민을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지금 추락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할까, 때론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제가 몸담았던 문재인 정부가 잘했다, 못했다 이것과 별도로 그 시기에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존을 느끼면서 지내던 시기가 있었다. 예컨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어갔고, 이른바 30-50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 멤버로 대한민국에 올라갔고,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었어도 대한민국이 모범국이다 교과서다 하는 칭찬을 받았었고, BTS를 비롯한 우리 대중문화는 또 얼마나 사랑을 받았느냐"며 "국민들이 자존을 느낀 '국민 자존시대'를 지냈는데, 지금 정신없는 윤석열 정부를 만나가지고 굉장히 당혹스러운 것 아니냐. 그리고 그냥 일시적 당혹이 아니라 이게 과연 회복 가능한 위기일까 하는 고민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저의 알량한 경험이나 생각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 내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의 조응천 의원은 같은날 불교방송(BBS) 인터뷰에서 이른바 총리 연대설에 대해 "세 분 총리가 손을 합친다는 것은 신당을 전제로 한다기보다는 지금 이재명 체제가 문제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저는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조 의원은 '이낙연 신당'설에 대해서는 "지금 그게 실체가 있느냐"고 되물으며 "언론에서는 저희와 일정 부분 교감 하에 그렇게 하시는 거 아니냐는 말씀을 자꾸 하는데,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저희와는 교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 의원은 "저희는 제1당 민주당이 국민들께 더 다가가고 국민들의 마음을 좀 더 얻는 쪽으로 가야 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즉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으로 바뀌어야 된다, 더 나아가서 한국 정치를 정상화시켜야 된다는 것이 저희들 주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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