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겨냥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옹호하고 정치적 대결구조를 심화시키는 커다란 후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언급하면서는 "이 대표의 마음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 전 대표는 4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참다 참다 못해, 11월 30일 민주당 의총 과정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채택이 무산되는 것을 보고, 또 그에 대한 이 대표의 반응을 보고, 가서 말 한 마디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 선거제 개편과 관련 지난달 28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선거는 승부 아닌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며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선 '병립형 회귀'와 '연동형 유지'를 두고 당내 이견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손 전 대표는 이 대표의 해당 발언을 두고 "이래선 안 된다"고 지적하며 "(국회는) 싸움, 대결이 아니라 합의와 통합의 정치로 넘어가야 된다. 그 초석을 다지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주장했다.
손 전 대표는 또 야당에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무기로 탄핵을 마구 자행하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것이 명백한 법안을 의도적 통과시켜 국정 혼란시키고 있다"라고, 집권세력에는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과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이념 논쟁을 앞세워 보수세력 결집에만 급급해 있다"고 각각 비판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는 다당제를 통한 연합정치 속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것이 최선의 과제"라는 것이 손 전 대표의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선 국민의힘이 '준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될 경우 22대 총선에서도 위성정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내년 총선 선거제를 병립형 비례제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이 같은 국민의힘 측 제안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두고 당 주류와 이탄희 의원 등 개혁파가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손 전 대표는 국민의힘 측이 위성정당방지법 등 연동형 비례제를 위한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탄핵은 과반으로 처리하면서 왜 이건 과반으로 못하나"라고 되물으며 "나라를 위한 민주당의 결단"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 의원 등이 발의한 현재의 위성정당방지법에 대해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크게 뚫려 있다"며 보완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손 상임고문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민주당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마음과 결단에 달린 것"이라며 "이 대표가 '그래, 내가 민주당을 살리겠다', '내가 대한민국을 위해서 민주당을 열어놓겠다', 이런 진심을 보이면 모든 것의 열쇠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묻는 질문에는 "그건 당내 사정인데 제가 말할 건 아니다"라며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다른 민주당 의원들의 열정도 필요하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 대표를 비롯해 과거 '손학규계'로 분류됐던 민주당 정성호, 박찬대 의원 등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서는 "정치인들과 정치적 목적으로 만나는 일은 없다. 고문직도 생각 없다"고 말하며 정치계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창당설 등 민주당 내부상황에 대해서도 "모르겠다"며 별다른 평을 남기지 않았다.
다만 그는 최근 송영길 전 대표가 '반윤연대'와 '연동형비례제'를 연결해 발언한 일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친윤·반윤 친명·반명 대결구도로 가야하나"라며 "연동형 비례제를 만들자는 건 나라의 통합과 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해서지, 뭐 윤석열을 반대하고 이런 발상부터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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