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새만금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종료되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더구나 2030 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이었기에 잼버리 파행이 부산엑스포 유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공동조직위원장이던 김현숙 여가부장관은 '잼버리 사태가 향후 부산 엑스포와 같은 국제행사 유치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가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히려 대한민국이 가진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보여줄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올림픽, 월드컵을 개최한 경험이 있는 한국이 대규모 행사를 개최할 능력을 보여줄 기회에서 준비가 부족했다"며 2030엑스포 유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감사원은 잼버리대회 직후 "새만금잼버리 대회 유치부터 준비과정, 운영, 폐영에 이르기까지 대회 전반의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잼버리와 관련된 기관 및 그간에 제기된 문제점을 빠짐없이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감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8월 11일 "전라북도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핑계로 새만금 관련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며 "이런 예산을 합치면 11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전북도가 새만금잼버리를 핑계로 엄청난 예산 빼돌리기를 한 것처럼 주장했다.
그는 또 "11조 원에 가까운 돈을 국민 혈세를 가져가서 잼버리 조직위 직원들이 외유성 출장을 반복하고 상관관계도 없는 SOC 건설을 늘리고 궁극적으로 대회 준비는 완전한 부실로 총체적 난국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하는 등 새만금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북도에 전가하면서 감사원 감사의 당위성에 힘을 보탰다.
부산시는 2030 엑스포개최지로 사우디 리야드로 결정된 직후 2035년 엑스포 유치에 다시 한번 도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부산참여연대는 "'유치 전에 늦게 나섰다는 점'과 사우디의 '오일머니'공세 때문이라며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사우디와 BIE에게 돌리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실패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재도전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과 부산시의 무능을 재도전으로 무마하겠다는 것이고 또다시 시민을 기만하고 예산을 낭비하겠다는 것"고 반발하고 나섰다.
새만금잼버리대회 파행과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서 우리가 되새겨 봐야 할 점은 무엇일까?
감사원이 잼버리대회 전반에 대한 감사에 나선 것은 '실패한 잼버리'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 와중에 범국가적 유치에 나섰던 2030 부산엑스포 유치도 경쟁국가이던 사우디에 '119 대 29'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실패했다.
시민단체의 지적처럼 엑스포 유치 재도전에 앞서 실패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한 '새만금잼버리'와 '부산엑스포'를 수치로 비교해보는 것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은 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 유발 효과 61조 대 1198억
'등록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행사라는 점이 먼저 부각된다. 그만큼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기대치도 컸었다.
산업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부산엑스포가 치러지면 경제유발효과를 61조 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50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산유발효과는 43조 원, 부가가치도 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50만 명이 넘는 고용 창출은 덤이라고 했다.
실제로 2010년 상하이 엑스포는 110조 원, 2015년 밀라노 엑스포는 63조 원의 경제유발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29조 원, 2002년 한일 월드컵은 11조 원의 경제유발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새만금잼버리는 어땠을까?
2017년 전북연구원은 2022새만금잼버리대회에 전 세계에서 5만 명 이상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대회 기간에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1198억 원으로 분석했다.
고용효과는 1098명, 부가가치는 406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고 전북에서는 755억 원의 생산, 812명의 고용, 265억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잼버리 전체 1171억 대 유치비용만 5744억
새만금잼버리대회에 투입된 예산은 모두 1171억 원이다. 이 가운데 조직위원회가 870억 원을 썼고 전라북도와 부안군이 각각 265억 원, 36억 원을 사용했다.
항목 별로는 하수도나 전기 같은 기반 시설에 205억 원, 야영장 시설 135억 원, 의료,수송 등 각종 사업비 656억 원 등이며 조직위 인건비 55억 원, 운영비 29억 원 등이다.
전체 예산 1171억 원 가운데 34%인 399억 원은 잼버리대회 참가 대원들이 낸 참가비다.
이 가운데 대회 초반 각종 민원이 제기됐던 화장실 청소 및 관리비용은 4500만 원, 벌레 방역비 5억 원, 그늘막 설치 1억8천만 원 등 청결과 방역, 폭염대비 예산을 모두 합해 16억 9500만 원 등으로 전체의 6% 수준이다.
조만간 발표될 감사원 감사에서 사용처에 대한 철저한 예산 검증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30 부산 엑스포를 위해 편성한 예산은 지난해 2516억 원, 올해 3228억 원 등 총 5744억 원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였는데 실패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우리가 얻은 29표, 1표를 얻기 위해 198억 원이 들어간 셈이 된다.
재계에서도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을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시시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엑스포 유치 활동비 명목으로 개별 기업에 수백억 원의 ‘회비’를 걷었는데 삼성과 SK에 70억 5000만 원, 현대자동차에 47억 원 등 10대 그룹에 부과된 특별회비만 311억 원에 달한다고 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부산 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국민들도 실망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박빙'이어서 얼마든지 대역전극이 가능하다고 하던 2030엑스포 부산 유치가 예상 외의 큰 차이로 참패했기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새만금잼버리는 대회 유치 후 마무리까지 들어간 비용이 1171억 원이고 부산엑스포는 유치하기 위해 들어간 예산이 5744억 원이지만 대회 유치에는 실패했다.
새만금잼버리는 경제적 효과를 누리기는 커녕 국가적 망신과 리스크만 부풀린 채 종료됐고, 부산엑스포 역시 엄청난 예산을 쓰면서 국민들에게 희망고문만 안긴 채 유치에 실패했다.
부대 비용의 차이…
66억 대 5363억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덕도 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하면서 당초 완공시기인 2035년 6월보다 5년 6개월 앞당겨진 오는 2029년 12월 개항한다고 밝혔다. 신공항 개항시기를 앞당긴 것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경쟁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었다.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기 9개월 전 일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2022년 4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계획' 검토보고서에 '매립식'으로 지을 경우 부등침하 우려가 높다"고 했는데 1년 후에 매립식으로 다시 강행하는 데는 부산박람회 개최 전에 가덕도 신공항을 개항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였다.
지난 8월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한 설계비, 보상비, 공사 착수비로 5363억 원이 반영됐다.
이는 올해 130억 원에서 무려 41배가 확대된 것이며 부처가 요구한 1647억 원의 세 배가 넘는 예산이다.
반면에 정부는 새만금 주요 SOC 사업의 부처 반영액 6626억 가운데 78%에 달하는 5147억 원을 삭감했고 새만금국제공항은 790억 원에서 66억 원으로 주저 앉았다.
이미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한 삭감 규모로는 매우 이례적이고 충격적이며 '잼버리파행'에 대한 보복성 삭감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가덕도신공항은 부산엑스포가 유치됐을 경우 관람객의 편의와 지역균형개발을 위해서, 새만금국제공항 역시 지역균형개발과 새만금이 국제도시로 뻗어가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이 유사하다.
가덕도신공항 전체 사업비는 현재 13조 76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새만금국제공항 전체 예산은 8077억 원이다.
'준비소홀'과 '오판, 외교라인' 참사
새만금잼버리는 누가 봐도 준비소홀이 문제였다.
사전 경고가 있었지만 이를 철저히 무시해 발생한 결과였다. 대회 개최지 결정 후 지난 6년여 간 준비를 철저히 해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쳤다면 부산엑스포 유치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정부의 '판세 오판'과 '외교라인' 의 참사가 그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다.
새만금잼버리 대회를 앞두고도 대회 관계자들이 대회와 무관한 외유를 다녀왔다며 뭇매를 맞았다. 대상자들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으니 감사원 감사에서 진상이 곧 밝혀질 것이다.
부산엑스포 준비에서도 당장 한국 대표단이 준비한 2030 세계 박람회 개최지 선정 최종 프레젠테이션(PT) 영상에 쏟아지는 혹평에도 어떻게 제작되고 누가 관여했는지를 살펴 볼 일이다.
대통령까지 전면에 나서고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를 만나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 통화를 했고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였으면서도 실패했다면 대통령과 정부의 능력 부재 만을 탓할 게 아니라 미흡했고 부족했던 부분을 철저히 분석해 '반면교사'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감사원 감사도 필요할 것이다. 그 후에 재도전을 검토해도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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