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이 119대29라는 충격적 결과로 끝난 데 대해, 야권에서는 실패 자체보다도 정부가 마지막까지 박빙을 예상하고 유치전에 국력을 경주한 것은 외교·정보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비판을 쏟아냈다.
야권 원로인 유인테 전 국회 사무총장은 30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에 대해 "'선거가 가까워져 가는구나' 그런 느낌이 우선 들었다"며 "사실 이번에 우리 국민들이 가졌을 실망은 단순히 '실패했다' 그것보다, 다들 될 것처럼 했던 그동안의 그 호들갑(을 보면), 이 정부가 얼마나 무능한 정부고 이런 정부를 믿어도 되나(라는 이유)"라고 했다.
유 전 총장은 "저는 이번에 굉장히 국민들에게 이 정권 자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것 같은 느낌"이라며 "저런 걸 가지고 뭐 '지금 박빙'이니…(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외교부니 국정원이니 또 재계니 알고도 대통령 눈치 보느라고 말을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것은 '야, 이런 정부를 믿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나' 이런 절망 같은 게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첫 사과이고 자세를 낮춘 것"이라고 전날 대통령 대국민담화를 주목하면서 "그런데 윤 대통령 발언 중에 한 부분이 저는 이 모든 걸 설명해 주고 있다고 본다.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 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은 "결국 얼마나 당황했는지 우리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적어도 지금 우리 언론 보도나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마지막까지 해볼 만하다'고 보고가 올라갔다는 것은 지금 대체로 확인되는 거 아니냐. 그런 상황에서 '119대29'를 접했을 때 이 표차가 대통령을 사과하게 하지 않았나"라고 분석했다.
임 전 실장은 그러면서 "이 정도 정보수집, 마지막 단계까지 정말로 이렇게 파악하고 있었다면 이거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저는 표현할 말을 잘 못 찾겠다"며 "대한민국 외교가 진영외교 내지 고립외교를 자초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을 해봤으면 한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10월에 '가자 시민 안전보장과 인도적 지원 결의안'이라는 게 유엔총회에서 통과됐는데, 유럽연합에 속해 있는 프랑스도 찬성했는데 우리는 기권했고, 반대 국가가 48개국"이라며 "지금 (엑스포 유치전의) 우리하고 이탈리아 표를 합해도 대략 그 정도"라고 했다.
그는 "한미동맹이 대한민국 국익의 뼈대인 거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나 너무 여기에만 '올인'하면서 중국 러시아 관계 다 망가지고…(있다)"며 "대한민국 국격이 조금 국제사회에서 떨어지면서 우리가 고립외교 비슷하게 낙후되고 있는 건 아닌지 빨리 정부가 점검해 보기를 충고드린다"고 했다.
부산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만 놓고 보더라도, 사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60~70표는 나와야 되는데 이렇게 참담한 숫자를 보는 순간 '과연 뭘 했나', '정말로 국민들을 아예 속이자고 작정을 한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들었고 이 부분은 철저하게 좀 따져봐야 된다"고 했다.
전 의원은 "제가 파리 미디어센터 현장에 있었는데, 119:29:17이란 숫자가 뜨는 순간 제가 부산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절망하고 있을 우리 부산 시민들이 얼마나 낙심이 클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그리고 또 드는 생각이 이게 너무 충격이라 잘 믿기지가 않았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전 의원은 "저희가 파리에 갔을 때도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또는 '2차 투표에서 역전이 가능하다, 다 따라잡았다' 이런 식의 언론 보도는 물론 정부 관계자들이 일관되게 했던 이야기가 '대역전극'이었다. 그러면 국회를 속인 건가? 또는 우리 부산 시민들을 속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왜냐면 표차가 어느 정도껏 나야 되는데 이거는 설명이 불가능한 숫자다"라고 했다.
전 의원은 나아가 "윤 대통령께서 엄청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해외 순방을 다녔지 않느냐"며 "대한민국이 세계 8대 경제 대국이고 세계 6위의 군사 대국에다가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 등등을 고려한다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우리가 60~70표는 받아야 된다. 그러면 표를 오히려 까먹고 다닌 거 아니냐, 그렇게밖에 해석을 할 수가 없다"고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 역량을 겨냥하기도했다.
전 의원은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이 추락을 해도 너무 추락한 것이 아닌가", "국제적 망신 아니냐"며 "전 세계 우리 공관들은 뭐 했나.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우리 대사관들이 표 분석을 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외교부에서는 매일매일 투표를 체크하는 현황판까지 만들어 가지고 분석을 한 건데, 그럼 각국의 대사관들은 도대체 뭘 했고 정보기관이라는 국가정보원은 뭐 했나. 그리고 대한민국의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은 도대체 뭘 했길래 이렇게 국민들을 기대감을 잔뜩 가지게 만들어 놓고 이 참담한 숫자를 받아들이게 하나"라고 질타했다.
그는 "왜 졌는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분석 자체가 지금 의미가 없다. 29표를 받은 것은 A부터 Z까지 전부 잘못된 것"이라며 "정말 심각한 국격의 추락.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그동안 지난 70년 동안 쌓아왔던 외교 역량의 총체적 붕괴. 이렇게까지 저는 진단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왜 잘못됐는지 답이 나와 있다. 첫 번째는 그동안 편 가르기 이념 외교를 해왔다. 미국, 일본 중심의 편식 외교를 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지금 대한민국이 북한과 강대강의 군사적 긴장이 계속해서 고조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나라에서 엑스포를 유치한다는데 표를 주겠느냐. 세 번째는 지난 여름에 있었던 잼버리이다. 잼버리 사태 때 대한민국의 위신이 정말로 말도 못할 정도로 훼손된 것 아니냐"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지만 기업, 정부, 부산시, 국민이 원팀이 된 감동은 국제사회에 널리 전달됐을 것"(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한 데 이어 부산시 지역구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비록 실패했지만 정부, 민간, 국민이 원팀이 되어 함께 만들어낸 원팀의 하모니는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것이 사실"이라며 "당을 대표해서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김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지역발전 공약을 제시하며 부산 민심을 다독이려는 제스처를 보였다.
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전봉민 의원은 간담회에서 "비록 박람회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우리 부산의 무한한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며 "뜨거운 열정과 성원 보내주신 부산시민 여러분과 국민, 원팀이 되어 세계 곳곳을 누비며 유치활동에 총력을 다 해주신 우리 정부와 부산시 그리고 민관 위원 여러분들의 노고에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부산지역 중진인 이헌승 의원은 간담회에서 "엑스포 유치를 위한 노력이 안타깝게도 '오일 머니'에 막혀 아쉽게 막을 내렸다"고 사우디에 대한 외교 결례로 보일 수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민관정, 재계가 원팀이 돼 코리아 세일즈에 일조하고자 힘썼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국민 염원에 힘입어서 윤석열 정부는 유례 없이 엑스포를 국정과제로 채택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며 "과거 88올림픽, 평창올림픽, 한일 월드컵 이상으로 유치를 위해 힘 쏟았다는 평을 받았을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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