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 경기 여주·양평선거구에 총선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에 대한 정치적 공세가 만만찮다. 당내 경쟁자인 김선교 전 의원 측의 '철새 정치인' 폄훼 발언 등과 맞물려 지역 정가에서 '낙하산 공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고향은 양평, 외가는 여주'로 알려진 이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 행보를 본격화했다. 지역구 출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평에서 태어나 양동초중을 졸업하고 양동고교 재학 중 가정 사정으로 전학했다. 3선 도전을 위한 약 40여년만의 고향 귀환이다.
이 선거구는 '보수당 공천이 곧 당선'이란 인식이 강한 편이다. 양평은 장관을 지낸 5선의 정병국 의원을 배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반기는 이도 있고, 이방인 취급하는 이도 있다. 얼마 전에는 같은 당 의원들의 반대로 여주시의회 2층 기자회견장을 빌리지 못했다.
출마 기자회견장에선 같은 당 시의원이나 도의원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회견에 앞서 방문한 여주시의회에서도 같은 당 정병관 의장과 약 30분 간 환담을 나눴을 뿐 자당 시의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시도의원이 총출동한 김선교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 의원이 기자회견을 시작할 무렵 지역 커뮤니티인 김선교 전 의원 밴드와 이충우 시장 밴드에는 "이태규 의원 정당 프로필을 소개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두 밴드 관리자(리더) A씨가 이 의원의 당적 이동 현황이 적힌 파일을 같은 시간에 올린 탓이다.
해당 글에서 국민의힘 여주·양평당협위원회 핵심 당직자 B씨는 "화려한 이력이네요. 이번에 여주양평에서 공천 못 받으면 또 고향을 버리겠네요. 철새정치인 이제 지겹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대놓고 이 의원을 '철새 정치인'으로 직격했다.
앞서 이 의원은 "개혁적 보수의 길을 걸어왔다. 보수에 기반 한 이념과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당적 변경이 아니었고 노선 변경도 하지 않았다. 이익이 눈앞에 있을 때 의로움을 생각했다"는 소신을 밝혔다. 당적변경 논란을 일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선교 전 의원은 자신의 출판기념회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잇달아 낙하산 공천을 언급했다. 그는 "낙하산 공천은 민주당에 선물을 안겨주는 셈이다", "상향식 공천을 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있던 표심까지 빼 앗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새롭게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우리 당에 유리한 지역구를 노리는 건 도의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제대로 관리해온 지역을 왜 노리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경쟁자인 이 의원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라는 말이 나왔다.
당적 변경 기록이 적힌 이태규 의원 프로필이 밴드에 올라오고, 핵심당직자의 철새정치인 댓글이 달리고, 김 전 의원의 "낙하산 공천은 민주당에 선물 안겨주는 셈" 기사가 나온 지난 20일은 공교롭게도 이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날이었다.
고향에서 첫 총선 출사표를 던진 날 집중포화를 맞은 셈이다. 이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비방과 흑색선전이 아닌 비전 중심의 깨끗한 정책선거로 여주·양평의 정치문화를 한 단계 끌어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 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시의회 기자회견 장소 대관 불허 논란과 관련해선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고, 같은 당 시의원들과는 소통하며 잘 지내고 있고 전혀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불거진 회계책임자의 유죄 판결로 임기를 1년여 남긴 지난 5월 의원직을 상실했다. 현역시절 왕성한 의정활동을 펼쳤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해 약 1년 간 국회의원 없는 지역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 의원은 벌써부터 당적 이력과 낙하산공천 문제로 김 전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공천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태세다.
지역정가는 바닥민심을 튼튼하게 다져온 김 전 의원과 정권 교체의 물꼬를 튼 비례대표 재선 이 의원의 '2강 2파전'을 점치고 있다. 과연 누가 여의도행 열차에 올라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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