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서울 편입'에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엔 윤석열 정부의 후퇴하는 기후위기 정책을 두고 "환경파괴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장기 플랜으로 진행해야 하는 기후위기 정책이 윤석열 정권이 들어오면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자 경기도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명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0일 남양주 더늘봄웨딩홀에서 열린 북부기우회 정례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각종 대책들을 전부 이번 정부 임기 이후로 다(75%) 미루어놨기에,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 40%나 신재생에너지 30%, 전부 깨지거나 실천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윤석열 정부를 질타했다.
김 지사는 "대한민국 참 희한한 나라"라며 "전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96%가 화석에너지보다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더 싸지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그 4%에 해당하는, 즉 신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에너지 가격이 아직도 화석에너지에 나오는 에너지보다 비싼 나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대한민국의 백년대계와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서 이 문제는 이념과 당을 떠나서 해야 된다"면서 예시로 쇼트트랙을 언급하며 "경주에서 내가 지고 있는데 앞에 선수를 추월할 수 있는 기회는 코너를 돌 때"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현재의 세계 경제가 바로 그 코너를 돌고 있다며 "급변하는 국제경제, 신경제질서에 만들어지는 것 등 해서 어느 나라할 것 없이 다 똑같이 코너를 돌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와 같은 기후 위기 대응은 우리가 할 수 없이 해야 되는 정도가 아니라, 이 코너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선도적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정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 대폭 하향
김 지사의 이 같은 발언에는 그간 윤석열 정부가 펼쳐온 기후 위기 정책에 대한 답답함이 깔려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이기에 윤 정부의 국정 방향과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에서는 '기후'나 '탄소중립' 등의 단어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실제 윤석열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수치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윤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당초 30.2%에서 21.6%로 대폭 하향했고 재생에너지 분야 예산을 올해 1조490억 원에서 내년 6054억 원으로 약 42% 삭감했다.
또한 후속조치로 일정 규모 이상 발전 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RPS)의 2026년 의무 공급 목표 비율을 25%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 보장을 위해 20년간 고정으로 가격 계약을 맺는 고정가격 계약제도도 폐지했다.
종합하면 탄소중립의 필수에너지인 재생에너지 보급을 대폭 축소한 셈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이다. 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임에도 발길이 더욱 더디게 된 셈이다.
탄소중립 위한 정부 예산 대거 삭감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 예산도 대거 삭감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4년 기후위기 대응예산은 당초 '탄소중립 국가기본계획'에 담긴 2024년 예산 17조2414억 원에서 2조7233억 원이나 삭감된 14조5181억 원이었다. 전체 458개 사업 중 71.8%에 달하는 329개 사업이 국가기본계획 목표 예산에 미달했다.
가장 많이 삭감된 사업은 환경부의 무공해차 보급사업으로 2023년 예산인 3조1986억 원에 비하면 약 25%(7998억 원) 줄어든 2조3988억 원이 편성됐다.
한국전력 산하 6개 발전공기업도 2026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액을 2조9000억 원 감축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재정 건전화를 달성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2조1751억 원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추가로 7591억 원을 더 줄이겠다고 수정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7일에는 식당과 카페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 일회용품 규제가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총선을 앞두고 나온 정책이란 지적도 나왔다.
지난 17일에는 전 세계 61개 기후단체 등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해외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일본과 한국은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공적 금융 지원을 가장 많이 하는 1, 2위 국가다.
오락가락 중앙정부와 달리 하나둘씩 기후위기 정책 진행
이렇듯 정권이 바뀌면서 기후 위기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과 달리 경기도는 하나둘씩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미 지난 4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30%, 탄소배출 40% 절감을 골자로 하는 '경기RE100'을 발표했다. 김동연 지사 임기 내 원전 6기 규모인 9GW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기도는 2026년까지 도 산하 28개 공공기관이 소유한 모든 유휴부지, 옥상, 주차장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연간 13GWh 이상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경기도 내 산업단지 192개 중 50개 단지와 신재생에너지를 만들겠다는 협약을 진행했고 기업에는 이곳에 4조 원 투자를 약속받았다. 경기도는 2016년까지 50개 단지에 태양광 2GW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2기 생산량이다.
지난 15일에는 1호 산업단지 업무협약을 진행했다. 산단 내 태양광 패널(22MW)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20MW) 등 42M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설치했다. 이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약 6만 가구의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전기량이다.
또한 평택 산단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으로 생산된 45MW 전기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협약도 체결했다.
이렇듯 경기도는 중앙정부와 다르게 하나둘씩 기후위기에 대비한 단계를 차근히 밟아가고 있는 셈이다. 김동연 지사가 이날 기후위기 정책 관련해서 "중앙정부의 정권이 바뀜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책이 바뀌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그렇기에 지방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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