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간부 공무원들의 해안 정화 활동이 쉴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제주도와 제주와 인물 등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 6월부터 도청 5급 이상 간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두 달에 1회 해안가 환경정화 플로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도는 플로깅 행사 일환으로 지난 6월 금성천에 이어 8월 삼양해수욕장 일대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 수거 활동을 실시했다. 또 지난 10월 21일 오전에는 대정읍 운진항 인근 해안가에서 '제주 해녀와 함께하는 마을 어장 플로깅 캠페인'을 실시해 환경 정화 활동을 벌였다.
제주도는 이날 <제주도, 제주 해녀와 함께 마을 어장 플로깅> '21일 대정읍 운진항 일대서 진행…도 5급 이상 공무원 300여 명 참여' 제하의 보도자료까지 내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플로깅 캠페인에는 오영훈 도지사를 비롯해 도청과 사업소 직속 기관 등 5급 이상 공무원이 참석했다. 당시 제주도는 앞으로도 오름·올레길 주변에서 쓰레기 줍기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며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문제는 해안 환경정화 행사가 주말에 실시돼 공무원들의 쉴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은 평소 일주일간 미뤄뒀던 가족 나들이 또는 휴식, 개인 업무 등을 주말에 몰아서 해결한다.
하지만 혈연, 학연 등으로 이뤄진 제주지역 특성상 경조사나 개별 행사가 주말에 집중돼 공무원들은 개인 생활을 포기하고 또다시 현장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간부급 공무원들은 최근 행정 사무감사와 예산 심사 등이 연이어 이뤄져 고된 격무에 시달리는 게 다반사다. 이와 함께 각종 축제 행사가 대부분 주말에 치러지는 탓에 행사장에 나와 안전 관리 등에도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공무원들의 쉴 권리가 제한되면서 내부 불만은 도에서 운영 중인 해안 블로깅 행사로 표출되고 있다.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노고에 제주도가 짐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20일 도청 내부 게시판에는 "동원 출장 가는 거, 행사 참석하는 거 다 이해한다... 그런데 왜 직원들 개인 시간인 주말을 이용하시는 겁니까"라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이어 "가정도 있고, 개인 사정도 있고, 집안일도 있고, 주말에 사회생활도 해야 하는데 집에서 눈 밖에 나게 생겼다.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가지 않으면 안 되게끔 눈치 주십니까"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지난 10월 13일 도청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플로깅 처음에는 의도가 좋았지만 이제는 너무한다고 생각한다. 토요일 병원 일정 잡고, 불가피한 개인 일정을 몰아넣었는데... 5급 해당과 직원들 너무 불쌍하다"고 적었다.
또 "1년에 홍보 효과로 2회 정도면 적당하다. 아니면 평일에 하는 건 어떠냐?"라며 공무원의 쉴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제주도청 핵심 관계자는 <프레시안>에 "최근 MZ 세대 공무원들이 들어오면서 여가 생활이나 웰빙 생활을 누리는 공무원들이 많이 늘었다"며 "(주말 각종 행사에) 동원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상당히 심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안 정화 블로깅 행사에는 5급 이상으로 제한했지만, 간부 공무원들은 쉴 권리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강제성도 다소 있는 것 같다"면서 "오영훈 도지사의 관심 사항인지는 모르겠으나, 도가 휴일에 간부 공무원들을 쓰레기 줍기에 동원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옛날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와 관련 "간부 공무원에 대한 강제 동원은 아니며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는 이와는 별개로 해안에 버려진 쓰레기 수거 등 해안 환경 정화를 위해 청정제주바다지킴이를 운영하고 있다. 도는 이 사업에 38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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