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출신으로 알려진 한 지방의회 의장 수행비서가 직무태만성 일탈로 도마에 올랐다. 지역에선 "(그가) 수행비서로서 성실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정치인인지 공무원인지 분간조차 못하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4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여주시의회 의장 수행비서 A씨는 지난 3월 '지방한시 임기제 7호 직급'으로 시의회에 발을 들였다. 지역 정치인 출신인 그는 공무원 임용 이후 본분을 망각한 직무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A씨는 의장이 지역 행사장 참석 시 수행업무는 제대로 하지 않고 여느 정치인처럼 자신의 명함을 돌리고, 시민들과 악수하고 대화하기 일쑤이며, 차에서 나오지도 않았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의장을 따라 해외연수를 가서는 "다리가 아프고 코로나 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호텔에서 하루 반나절동안 꼼짝하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공무원 정년 나이에 해당하는 A씨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후보로 뛴 경력이 있다. 수행비서 임용 전까지 국민의힘 여주양평당협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평소에도 시의회 의장 수행비서를 한 이유가 지방선거 준비차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로 지방선거 출마 의지를 강력히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랬던 A씨의 직무태만성 일탈은 지난 9월 23일 열린 여주시민의날 기념식 체육행사장에서 정점을 찍었다. 정병관 의장이 아닌 4선 출신 L 전 국회의원을 장시간에 걸쳐 의전하고 다닌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당시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직무 범위를 넘어선 그의 상식적이지 않은 행태에 혀를 찼다. 시의회 확인 결과 A씨는 이날 자신의 맡은 업무와 무관한 일을 했음에도 초과근무시간을 인정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의장과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육안으로 확인하면 되는 거고, 운동장(행사장) 안에 같이 있으면 되는 것"이라며 "내가 모셨던 L 전 의원의 부탁으로 같이 다닌 건 사실이다. 의장과 시장, 김선교 당협위원장과 같이 그룹 지어 함께 다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는 "수행이라는 것이 1m거리에서 개 마냥 따라다니는 게 수행입니까"라면서 "의장은 제 대신 의장팀장이랑 같이 다녔기 때문에 의장 혼자 다닌 게 아니고 같이 어울려서 다닌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A씨는 공무원 신분임에도 정치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네이버 밴드)에 올라온 정치관련 소식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최고예요' 등의 댓글을 달아 왔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그는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난 3월부터 지난 8월 중순께 까지 여러 정치인 밴드의 포로필명으로 자신의 이름과 함께 '국민의힘 여주양평당협 부위원장' 직함을 사용했다. 공무원의 정치활동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지만 A씨는 공무원이 된 이후에도 당직자 직함을 써왔던 것이다.
이와 관련 정병관 의장은 "(A씨의 수행비서 역할 소홀로)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공직사회 안팎에서 제기된 문제점도 잘 알고 있다"라면서도 자체 감사여부에 대해선 "일단 노코멘트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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