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문제에 대응하는 서방의 방식이 '이중기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유럽이 서방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 아니라 유엔 헌장의 수호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이하 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 본부에서 열린 대사 컨퍼런스에 연설을 한 보렐 고위대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갈등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그는 소위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로 분류되는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이중 기준"(double standards)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보렐 고위대표는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은 (서방의) 이중 잣대에 대한 비난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제재 하면서 국제법을 어기며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는 서방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렐 대표는 "많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문제가 글로벌 이슈가 아니라 지역적 이슈, 특히 유럽과 미국 등 서방에만 영향을 미치는 이슈라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그들은 이 위기를 통해 우리 입장, 심지어 유럽 사이에서의 모순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UN 총회 결의안 투표에서 보여졌던 것과 같다"며 10월 27일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 투표 당시의 상황을 언급했다.
요르단이 제출한 해당 결의안은 찬성 120표, 반대 14표, 기권 45표로 채택됐는데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집트, 튀르키예 등 아랍권의 주요 국가들과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서방 국가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한국과 호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인도, 영국,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등은 기권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 등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보렐 고위대표는 유럽 국가들이 "서방과 나머지"라는 프레임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서방의 전초기지가 아니다. UN 헌장에 근거한 세계적 가치 및 공유된 가치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 외의) 나머지에 대항하는 서방이 아니라, 다자주의의 근거로서 유엔헌장의 가치"를 지키는 유럽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렐 고위대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갈등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 두 전쟁은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 원인과 결과가 다르다"면서도 "그런데 이제 솔직해지자. 중동의 위기는 이미 우리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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