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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받지 못한 전남 미서훈 독립운동가 1795명…유공자 인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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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받지 못한 전남 미서훈 독립운동가 1795명…유공자 인정 '절실'

독립유공자 전국 대비 8% 불과…수형 기록 등 공적 입증 난항

#1. 1928년 전남 고흥군 과역보통학교(초등학교) 교사 고 장종국 선생은 당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가르치는 일을 도맡아 하며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하지만 총독부는 장 선생을 보안법, 출판법 위반 등의 사유로 붙잡아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출소 이후 고문 후유증 등으로 평생 고통 속에 살았지만 1940년 일제강점기 시절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다는 기록에 국가보훈부는 장 선생을 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2. 고 고광신 학생은 1929년 광주고등보통학교(현재 광주일고) 2학년 신분으로 광주학생운동에 참여해 민족정신 계승과 항일운동에 주력했다. 이후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총독부로부터 징역형 4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아버지 회사인 창평상회에 임원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던 고 학생은 1937년 중일전쟁 당시 회사가 5원의 국방헌금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1929년 일제에 항거한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 올해로 94주년을 맞이했지만 독립운동가들의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남 고흥 과역초등학교 교사 고 장종국 선생의 총독부 발행 형사사건부 원본에는 수형사실 등이 기록돼 있다. ⓒ초당대학교 박해현 교수

목숨을 걸고 일본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들 중 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전남에서만 1795명에 달해 유공자 인정이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3일 전남도에 따르면 현재 국가보훈처 공훈록에 등재된 전남지역 출신 서훈 숫자는 1494명이다. 이는 전국 서훈자 총 1만7848명에 대비해 8.37%에 불과한 수치로 나타났다.

당시 항일의병만 봐도 전국 참여자 약 13만명 중 4만명이 전남 출신으로 알려진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전남은 구 한말의병, 3·1운동, 학생독립운동, 농민노동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의 성지로 전국 의병전쟁의 60%를 차지할 만큼 독립운동에 굵직한 활동을 하고도 업적을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전남도가 지난 2021년부터 발굴한 미서훈 독립운동가는 총 1795명이다. 운동 계열별로 보면 국외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한 183명을 포함해 의병 계열 530명, 3·1운동 계열 236명, 학생운동 계열 495명, 농민노동운동 계열 534명 등이다.

이같이 도내에 미서훈 독립운동가가 많은 주된 이유는 증명자료가 부족해 국가보훈부의 서훈과정에서 탈락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초당대학교 산학협력단 박해현 책임연구원은 "주로 일제가 작성한 수형 기록을 통해 독립운동 행적을 확인했는데, 일제가 패망하면서 식민통치 서류를 대부분 폐기했다. 이 때문에 식민통치 말기 옥고를 치른 인사들의 경우 확인할 수단이 상실한 상황이다"며 "심지어 증언, 근거들을 연구기관이나 유족들이 만들어 가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문가는 국가보훈부의 엄격한 문서증거주의도 지적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서훈 신청시 필요한 서류는 공적조서와 평생이력서, 제적등본 등 3가지다. 문제는 제적등본인데 제적등본은 후손(직계가족)만 신청·발급받을 수 있어 서훈추천위 등 시민단체나 제3자는 후손의 동의 없이 등본 등을 발급받지 못한다"며 "특히 국가보훈부는 오랫동안 엄격한 문서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형기록이 아닌 다른 사료나 증언, 근거를 배제하고 있어 유공자 심사 절차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남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미서훈 독립운동가를 발굴 서훈 신청하는 일을 발 벗고 나섰다.

2021년부터 미서훈 독립운동가 발굴 사업을 진행한 전남도는 크게 2단계로 나누어 진행됐다.

먼저 1단계 사업으로 2021년 8월부터 10개월간 3·1운동에 참여한 독립유공자를 집중 발굴했다.

이 사업으로 128명의 독립유공 미 서훈자를 찾아냈고, 그 중 80명에 대해 서훈을 신청했다. 지금까지 18명의 서훈이 확정됐다.

현재 전남도는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2단계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2단계 사업은 독립유공자 발굴 범위를 확대해 1895년 을미의병부터 1945년 광복된 날까지 발굴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남도는 도민과 함께하는 '독립운동 미 서훈자 발굴 집중기간'을 운영한다.

발굴 집중기간은 이달 말까지로 신청은 1895년부터 1945년까지 독립운동에 참여한 인물의 후손 또는 독립운동 입증자료를 보유한 도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주변에 독립운동에 공을 세웠으나 기록이 현존하지 않고, 기록이 있어도 자료 부족으로 아직까지 서훈을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가 있으면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며 "도는 도민과 함께 찾은 독립운동 미 서훈자는 자료를 보완해 내년 1월 서훈을 신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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