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대낮에 초·중학생 수십여 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와 대화까지 나눴음에도 가해자들과 피해자를 그대로 둔 채 현장을 떠난 것으로 밝혀져 현장 대응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아산에 사는 A양(중1)은 21일 오후 평소 알고 지내던 천안 초·중학교 아이들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이날 오후 3시쯤 천안터미널에 앞에 도착한 A양은 10여명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인근 공사장으로 끌려갔다.
이후 A양은 또래 남녀학생 30~40여명의 아이들로부터 20여 분간 집단폭행을 당했다.
이들 중 일부는 A양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했고, 일부는 ‘더 때려’ ‘머리를 잡아당겨’ ‘옷 벗겨’라며 소리를 지르고 핸드폰으로 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양에게 “폭행 당했냐” 묻고 겁에 질린 A양이 “넘어졌다” 답하자 가해자와 피해자를 그대로 둔 채 현장을 떠났다.
다시 폭행이 시작될까 봐 겁에 질려 있던 A양은 다행히 현장을 지나가던 시민에 의해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A 양의 보호자는 “지나가던 시민도 눈치를 채고 아이를 파출소로 데리고 갔는데 경찰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뒤늦게 연락을 받고 파출소에 가보니 아이가 만신창이가 된 채로 진술서를 쓰고 있었다”며 황당해했다.
그는 “초등 5학년 학생도 함께 폭행을 당했다. 얼굴에 담뱃불로 지진 상처도 있었다. 경찰이 주민 신고를 받고 두 번이나 출동을 했다고 들었다. 가해자는 다 도망가고 피해자들만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현장에 30~40명이 모였다는 건 가해자 중 누군가가 불러모았다는 얘기다. 확보한 증거 영상에서 아이들이 환호하며 사진을 찍고 웃는 모습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인 만큼 철처한 수사를 통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3시쯤 학생 20여 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현장에 가보니 학생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30분 뒤 다시 학생들이 싸우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지만 겉으로 봐서는 폭행 사실을 인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폭력에 가담한 학생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피해자가 누군지 잘 모르는 학생들도 여럿이라 확보한 동영상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진술로 확인된 가담자만 20여 명에 달하고 천안지역 13개 이상 학교에서 모인 것으로 알려져 교육당국의 철저한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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