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협약 탈퇴 요청과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민생 현장의 주요 목소리로 언급하면서 선택적 민생 소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 운영 초점을 '이념 갈등 → 민생 소통'으로 전환하면서도 정책적 편향성은 고수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비서실장, 수석, 비서관, 행정관들이 소상공인 일터와 복지행정 현장 등 36곳의 다양한 민생 현장을 찾아 국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들을 생생하게 듣고 왔다"고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윤 대통령은 "정부 고위직과 국민 사이에 원자탄이 터져도 깨지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있다"며 대통령실과 내각에 현장 소통을 강조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작은 틈이라도 열어줘서 국민들의 숨소리와 목소리가 일부라도 전달되기를 간절하게 원한다"며 "장관들이 일정을 참모들에게 맡기지 말고 주도적으로 일정을 관리하고 일부러 시간 내서 현장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채근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좋아하는데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냐"며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이 직접 청취한 국민의 외침 중에서도 공통적인 절규는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별도의 '민생현장 방문 주요 결과' 자료를 배포해 김대기 비서실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등 참모진이 지난 23~25일 수행한 현장 방문 결과를 알리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국내 노동자와 차등 적용해 달라는 요청,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요청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연합회를 만난 김 실장과 이관섭 수석을 통해 전달됐다.
이를 바탕으로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지불해야 한다는 ILO 조항에서 탈퇴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비상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고 강조하는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선 "현장의 절규에 신속하게 응답하는 것보다 더 우선적인 일은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ILO 조항은 핵심협약 중 하나인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에 관한 협약(111호)이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이 선택적으로 주목한 '현장 목소리'를 명분으로 노동관계법 완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국무위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들로, 정책적 결정과 직접 연결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거듭된 국민들의 절규가 있다면 그에 응해야 하는 게 정부의 임무"라고 여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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