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경북 안동 병산서원을 찾아 "탕평"을 말했다. 이념 갈등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지만,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은 대구·경북권(TK) 보수층 달래기에 주안점을 둔 행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안동 병산서원에서 지역 유림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자신의 10대조인 명재 윤증과 안동 유림 사이의 인연을 화제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조선시대 '소론'의 영수였던 윤증은 영남 '남인'에 대한 탄압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안동 유림은 논산시 노성면에 있는 저희 문중, 과거에 명재 선생 제자인 우리 집안 문중 어른들과도 퇴계 선생의 제자인 안동 유림 어르신들이 수백 년 간 이렇게 교류를 해오고 또 오랜 세월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됐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자랄 때도 어른들에게 명재 선생이 관직을 8번을 제수받았는데 '안동 남인 유림들과 탕평 발탁을 해주지 않으면 조정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해서 거부하다가 마지막에 '남인들과 같이 등용을 하겠다'고 해서 올라가셨는데 과천에 이르러 '남인들을 안 쓴다'는 연락을 다시 받고 관직을 다시 거부해 노성으로 내려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또한 "저희 문중과도 아주 깊은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에, 유성룡 선생의 이 병산서원에 오니까 고향에 온 것 같고 마음이 아주 편안하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유림의 정신이라고 하는 것이 전통을 존중하고 책임을 다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면서 "유림의 전통이라는 것은 의를 기본으로 하고, 전통을 존중하기 때문에 늘 배우고, 하루가 다르게 배움이 나아져야 된다는 정신이 바탕에 있다"고 했다.
또한 "이 전통을 존중하는 가운데서 자기가 국가를 위해서 해야 할 일, 고장을 위해서 해야 할 일, 또 가족을 위해서 해야 할 일, 직장에서 해야 할 일을 남에게 미루고 떠넘기지 않고 자기 책임, 맡은 바 소임을 철저하게 하는 그런 것이 유림의 절개의 정신"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우리의 전통을 존중하고 또 자기의 책임을 다 하는 데서 저는 국가의 발전이 있다고 본다"면서 "저 역시 대통령으로서 전통을 존중하고 우리 전통문화 창달에 노력을 하고, 대통령으로서 공적으로 맡은 바 소임을,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간담회에서 갈등과 반목의 극복을 위한 선비 정신, 국민 행복을 위한 인성교육의 확대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안동을 방문해 윤증의 '탕평'을 언급했으나, 이날 행보는 보수 지지층 결속 의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날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드러낸 '보수 통합' 행보의 연장선이다.
특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보수 지지층의 핵심인 TK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결집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4월에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첫 지방 행선지로 안동을 방문해 유림들과 만났으며, 이튿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군 사저를 찾아 예방했다.
윤 대통령의 TK 공들이기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통령+여야 대표 3자 회동' 제안에 난색을 표하고, 오는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열리는 시민추모대회를 '정치집회'로 간주해 불참키로 한 방침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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