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나라가 온통 혁신하자는 것이 화두인 모양이다. 하기야 이제는 바꿀 때가 되었다. 늘 사람들은 “혁신하자, 개혁하자, 나부터 바꾸자.”고 말로는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역사를 통해 보면 바뀐 것은 별로 없고 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 어느 시절엔가 ‘의식개혁’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필자는 참으로 무서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개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사안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겠지 하고 곧 사라질 어휘라고 생각했으나 그 단어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사람의 의식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마치 잘못 만든 TV 드라마의 제목이 그 작품이 끝나도록 바뀌지 않고 상영되는 것과 같았다. 예를 들면 과거에 유행했던 드라마 중에 ‘날으는 원더 우먼’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기억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이 말은 ‘하늘은 나는 원더 우먼’이라고 하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나는 원더 우먼’이라고 하면 ‘I am wonder-woman’과 헷갈릴까 봐 일부러 ‘날으는’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매스컴의 영향은 엄청나다. 그 이후로 아이들은 ‘날으는’이 맞춤법에 맞는 것인 줄 알고 있었다. 같은 이야기지만 지금은 사라진 것 중에 ‘한 시간 빠른 뉴스’도 마찬가지다. 이는 ‘빠르다’와 ‘이르다’를 구분하지 못한 처사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것을 바꾸는 데도 긴 세월이 필요했다.
‘의식 개혁’이라는 말이 세상을 주름잡던 시절부터 혁신, 개혁 등의 용어가 참으로 자주 보인 것은 우연의 일이 아니다. 우선 혁명, 개혁, 혁신 등의 용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뭔가를 급하게 뜯어 고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혁명이라는 단어는 “기존의 사회 체제를 변혁하기 위해 이제까지 국가 권력을 장악하였던 계층을 대신하여 그 권력을 비합법적으로 탈취하는 정권 교체의 형식, 혹은 종래의 관습, 제도 등을 단번에 깨뜨리고 새로운 것을 세움”을 말한다. 그러므로 물리적으로 갑자기 확 바꿔버린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산업 혁명, 시월 혁명, 시민 혁명, 문화 혁명 등의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한편 ‘혁신’이라는 말은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함”을 말한다. 그러므로 과거(?)의 것은 낡은 것이라는 관념 하에서 시작한다. 과거의 것을 완전히 새롭게 해야 하는 것이다. 예문으로는
사회운동가로서 그는 사회구조의 혁신보다는 점진주의 방식을 선호했다.
지역 감정을 일소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인사가 나와야 한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위의 예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혁신한다면 뭔가 새롭게 완전히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는 과거의 때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다면 ‘혁신위원회’에서 글자 그대로 모든 것을 바꿔 새 시대를 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역사를 통해서 본다는 이 또한 틀을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한결같이 혁신한다고 하면서도 결과를 놓고 보면 늘 그 자리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개혁한다고 하면, 글자 그대로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 고쳐야 한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따져 보자. 과거에 ‘의식개혁’ 하자고 하면서 의식을 물리적(?)으로 바꾼 적이 있었나 묻고 싶다. 교육개혁하자고 하면서 매번 관련 법규나 입시 요강 몇 군데 수정한 것 말고 정말로 제도를 확 바꾼 적이 있었나 묻고 싶다. 교육개혁을 사전에서 찾아 보면 “교육의 제도, 내용, 방법과 교육행정 및 재정 등 교육 운영 전반을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새롭게 고치는 일”이라고 되어 있는데, 계속 이름만 바꾸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학능력시험 등등으로 이름만 바꾼 것이지 뭐가 개혁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번에는 신입생 수도 현저하게 줄고 대학교 반성할 것이 많고, 의대 정원 문제도 있으니 뭔가 현실에 맞게 제도를 확 바꿨으면 좋겠다.
여야를 막론하고 혁신하다고 난리법석을 떠는데 말뿐이 아닌 실천하는 혁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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