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로 1주기를 맞는 10.29 이태원 참사가 국정감사의 화두로 던져졌다.
26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선 지난해 벌어진 이태원 참사의 책임소재를 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참사 책임을 묻는 야당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다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0·29 참사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 장관은 최근 '이태원 특별법' 제정에 힘을 쏟고 있는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에게도 "큰 슬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앞서 지난 10일 열린 행안위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유족들에게) 아무리 사과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는 등 유족에 대한 사과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날 이 장관의 태도는 지난 1월 국정조사 당시의 태도와 사뭇 달라져 있었다. 당시 국조위 청문회에서 이 장관은 대통령의 유족 면담 및 사과에 대해 "대통령께서는 이미 여러 번에 걸쳐 사과를 하신 것으로 안다", "(면담 등은) 대통령께서 알아서 판단을 하실 문제"라는 등의 발언을 남기며 현장에 참석한 유족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이에 당시엔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 장관 등 행정부의 책임을 면피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국정조사로부터 9개월여가 흐른 이날 이 장관은 "대통령을 모시고 유족을 찾아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는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럴 의사가 당연히 있다"고 답했다. 그는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한 마음이며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라며 참사 관련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대통령의 유족 면담 및 사과가 실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인 지난해 11월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참사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후 유가족들이 요청한 유족 면담 및 공식 사과 등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해왔다.
유족들은 지난 18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달라'며 윤 대통령에게 초청장을 전달했지만, 이날 대통령실은 해당 추모제를 "정치집회"로 표현하며 윤 대통령의 불참 입장을 밝혔다.
최근 이태원 참사 직후 책임 소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윤희근 경찰청장에게도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보도를 인용, 참사 직후인 지난해 10월 30일 0시 40분께 누군가가 윤 청장에게 '경찰이 주도적으로 신속 수사해 구청장급 이상에 안전책임을 귀책시켜 초기 가닥을 명쾌히 가져가야 한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윤 청장이 '잘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천 의원은 윤 청장이 그날 오전 3시께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와 어디선가 책임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신속히 우리 청 조치사항이 대통령 등에게 실시간 보고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간부 2명에게 보냈다고 주장하며 참사 당일 윤 청장이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고 질책했다.
이에 윤 청장은 "언론보도를 보면서 당시에 (텔레그램 메시지) 이런 게 있었다는 것을 다시 인식했다"며 "텔레그램 기능을 활용해 해당 메시지를 확인하려 했지만 지금 제 전화기에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회피 의도에 대해서는 "경찰의 책임 회피를 위한 수사 지시는 안 했다"고 부인했다. 메시지 내용 등에 대해서는 "당시 신속하게 현장을 구조할 수 있도록 최대 인력을 동원하고 교통 관리와 구조를 하라는 업무 지시가 선행됐다"라며 "그 이후 원인이나 책임에 대한 문제가 당연히 불거질 것이기 때문에 증거가 인멸되기 전에 신속하게 수사하라는 지시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청장은 해당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대통령, 대통령실 관계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메시지 전송자의 정체를 특정하는 질문에는 모두 "아니"라고 답했다.
최근 언론 등에선 윤 청장의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한 '축소 해명' 논란이 일기도 했다. 참사 당일 본인이 놓쳤다고 이야기한 공식 상황보고 2건 외에도 메시지 등으로 총 11차례 이루어진 연락에 답하지 않았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윤 청장은 해당 논란과 관련해서는 "그 내용은 언론 보도 이후에 확인했다"며 "제가 확인하지 못했다고 그동안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은 보고 라인인 상황관리관의 전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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