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한국어교실을 통해 한글 맞춤법이나 각종 한국어 관련 자료를 SNS로 발송한다. 그리고 오전에는 질문에 답장하고, 토론하며 시간을 보낸다. 오전에 수업이 있는 날이 많아서 새벽에 SNS를 하다 보니 시끄럽다고 쫓겨난 적도 많다. 하지만 한국어를 모두가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소명 의식을 갖고 임하고 있다. 새벽에 문자왔다고 전화기에서 소리가 나면 잠에서 깨어나야 하니 화가 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기에 얻어터질 것을 각오하고 보낸다. 싫다고 하면 바로 탈퇴한다. 노인들이 배워야 하는데(문법이 과거의 그것과는 다르게 변한 것이 많기 때문에) 연세가 많은 사람들이 많은 방에서 쫓겨난 경우가 제일 많다.
서론이 길었는데, 한글 맞춤법이라고 해서 완벽할 수는 없다. 사이시옷 규정도 어렵고, 현실적이지 못한 것이 많다. 특히 등굣길, 장밋빛, 보랏빛 등과 같은 단어에서는 사이시옷이 들어가고, 한자어 계열에 있는 것은 생략하는 것이 많다. 치과, 문과, 이과 등은 사이시옷을 쓰지 않으면서 뒷말은 된소리로 발음한다. 이에 대해 반발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차라리 사이시옷을 없애는 것이 낫다.”고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이런 것들이 모두 발음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발음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불고기’와 ‘물고기’는 똑같은 발화(發話) 현상인데, 하나는 [불고기]라 발음하고, 하나는 [물꼬기]라고 발음한다. 혹자는 수식하는 경우라 뒷말에서 된소리가 난다고 하지만 견강부회일 뿐이다. 이것이 문제가 없다면 인격과 간격은 또한 어떤가 볼 필요가 있다. 독자들이 벌써 눈치챘을 것으로 본다. [인껵], [간격]이라고 발음한다. 똑같이 [ㄴ]과 [ㄱ]이 만나는 상황인데, 하나는 된소리로 발음하고, 하나는 예사소리로 발음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수의적(隨意的) 경음화(硬音化)라고 하지만 이런 것도 말장난일 뿐이다. 대학에 재학하던 시절에 은사님께서 효과와 조건의 발음을 [효과], [조건]이라고 하셨고, 우리는 습관에 따라 [효꽈], [조껀]이라고 한 적이 있다. 아마도 60대 이상의 독자들은 모두 뒤에 있는 발음으로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효과]와 [조건]이 표준 발음으로 인정되었다.
우리말의 체계가 선 것이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1877년 <조선어 첫걸음>에서 시작하여 1896년 독립신문에서의 띄어쓰기 적용, 그리고 1912년 주시경의 <소리갈> 등에서 문법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 시작하였으니, 문법사는 일천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러므로 조급하게 문법의 체계를 세우려고 하는 것보다는 세월이 흐르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로 잡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만 학자들 간의 고집이 지나치게 센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이 조사라는 단어를 일부 학자들은 ‘토씨’라고 하고, 부사를 ‘어찌씨’라고 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지만 이를 다 헤아릴 수는 없다. 물론 모든 것을 다 한글로 바꾸면 좋겠지만 우리말에는 한자어가 워낙 많아서 그것을 무시하고 한글로만 문법 용어를 고집할 수도 없다. 또한 지나치게 현실적인 면만을 부각시킬 수도 없고, 학문적인 면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우리는 과거에 ‘자장면’을 표준어로 하였다가 ‘짜장면’을 주장하는 일반인들과 갈등을 빚어 후에 복수표준어로 만든 것을 기억한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짜장면이라고 하는데, 갑자기 ‘자장면’으로 하면 누가 그렇게 발음하겠는가 하는 것이 당시의 공론이었다. 이러한 불필요한 선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깊은 학문적 고뇌와 일반인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한글맞춤법이라 함은 국어정서법과는 다르다. 한자를 비롯한 외래문자체계에 의한 표기 규범은 한글 맞춤법과 차이가 있다. 한글맞춤법은 문자체계로 한글 자모를 확립하여 한국어를 표기하는 규범이다. 표준어는 대한민국에서 정한 한국어의 표준어를 이른다.
“서울에 사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이 표준어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미숫가루, 상추는 촌에서 쓰던 말인데 표준어가 되었고, 짬뽕은 서울에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데도 아직 표준어가 되지 않았다. 참으로 어렵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