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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부여의 '대백제전'을 보면서 전주에서의 ‘대조선전’은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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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부여의 '대백제전'을 보면서 전주에서의 ‘대조선전’은 꿈꾸다

[기자수첩] 정세량 전북취재본부 기자

충남에서 최근 막을 내린 '2023 대백제전'을 다녀왔다. 백제의 옛 왕도였던 공주와 부여에서 17일간 열렸다.

올해 대백제전의 주제는 '대백제, 세계와 통(通)하다'라고 한다. 백제가 한반도 서남쪽의 소국이 아니라 왜와 중국 남조까지 두루 교류한 당대 최고의 문화강국이었음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전국에서 150만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전주가 고향인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 백제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도 어린 마음에 옛 고도 왕도의 기상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정세량 전북취재본부 기자ⓒ

그러나 좀더 관심 있게 살펴보면, 당시 전북은 마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었고, 한반도 북쪽의 백제세력이 한강을 너머 진출하면서 마한 세력을 복속시키고 지배층이 된 것이다. 전라도를 기반으로 하는 마한 세력은 백제의 피지배층으로 전락하면서 그들의 주변부로 머물러야 했다.

중국 한족은 남쪽의 오랑캐를 남만, 북쪽은 북적, 서쪽은 서융, 그리고 동쪽의 오랑캐는 동이라고 부르며 멸시했다.

일본 역시 수도인 에도의 남쪽 오랑캐를 남만이라 불렀다. 백제 역시 마한을 남만이라 부르며 차별했다. 이렇게 보면 전북은 한족으로 부터는 동이, 백제로 부터는 남만이라 불렸던 것이다.

대백제전 어디에도 전북의 몫이 없는 것은 아마도 그러한 역사를 반추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우리 전북은 마한을 자랑스런 역사로 받아들일 것인가. 지난 역사에 별 관심이 없는 전북은 마한 마저 광주·전남의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하는 마한세력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버렸다. 전북에서는 고창만이 그 역사를 이어 받으려 애쓰는 듯 하다.

전주의 일부 역사가들은 후백제가 전주에 수도를 두었다는 이유로 후백제를 계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채 35년이라는 짧은 왕도의 역사라는 한계와 그 역사적 유물이 변변찮게 남아 있지 않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892년에 후백제를 세웠던 견훤에 대한 인물에 대한 평가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견훤의 고향은 경북 상주이고 그 왕릉은 충남 논산에 위치해 있다. 금산사에 유폐돼 있다가 고려에 귀순했다. 전주가 그를 선양하기에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북 경주는 신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주·부여는 백제로 문화관광의 정체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경남 김해는 가야로 역사적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흔히들 전주는 ‘조선의 본향’이라고 한다. 조선왕조실록 첫 기사는 바로 '태조 이성계는 전주의 대성(大姓)이다'고 적고 있다. 당시 관료들은 조선의 자랑스런 도시로 전주를 꼽았던 것이다.

전북에는 곳곳에 조선의 개국신화가 전하고 있다. 마이산의 금척신화가 그렇고, 임실 성수산의 ‘성수만세’가 전해온다. 장수 뜬봉샘에는 봉황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전북 곳곳에 조선 개국 설화가 전해지는 이유는 전북이 조선 개국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전라북도가 실시한 용역 결과를 살펴보면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역사유적이 전북에 76%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문화관광 측면에서 500년을 이어온 조선은 ‘무주공산’인 셈이다. 일본 제국주의에 왕조의 생명이 끊긴 이후 일제 식민사학자들은 조선의 역사를 갈가리 찢어 놓았다. 지금도 우리는 조선을 식민사학의 프리즘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조선의 시작이 전북이었던 만큼, 그 결실을 맺을 책임도 전북에게 있다.

전북이 조선문화를 정통으로 계승할 필요가 있다. 한복, 한지, 한식, 판소리 등 조선의 대표적 문화들이 전주에서 선도되었기 때문이다. 전북에서도 언젠가는 ‘대조선전’을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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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량

전북취재본부 정세량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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