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쇄신", "맞춤형 대안" 등을 약속했지만 거취에 대한 입장이나 구체적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이번 선거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얼굴로 치러졌음에도 패배했다는 지적과 함께, 선거 패배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듯한 지도부·주류의 반응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당 지도부의 거취를 두고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대해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당을 쇄신하겠다"며 "험지로서 녹록한 여건이 아니었음에도 강서구민을 받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선거운동에 임해주신 당원동지 여러분께 당 대표로서 감사 인사와 함께 송구하다는 말씀 올린다"고 했다.
그는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을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우리 당 약세인 지역과 수도권 등에서 국민 마음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맞춤형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강서구청장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비록 선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그 결과를 견강부회하지 않고 민심의 회초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패배를 딛고 다시 전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전국 기초단체 중 한 곳에 불과하지만 전체라 여기고 그 뜻을 잘 헤아리겠다"며 "투표 방향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민생이다. 선거 결과와 지금 국민이 겪으시는 여러 어려운 상황을 잘 분석해서 당 정책 운영에 있어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험지로서 녹록한 여건이 아니었다"(김기현), "이번 선거는 기초단체 한 곳에 불과"(윤재옥) 등의 언급이 눈에 띄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고, 그에 따른 구체적 계획안은 내일 긴급최고위 이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쇄신안 내용과 관련해서는 총선 준비단 조기 구성 등의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 비주류 등으로부터는 날선 비판이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도 윤석열 정권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민심이게 확인된 선거였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이번 선거에 상당히 책임이 있다"며 "한 마디로 윤석열 대통령의 패배"라고 규정했다.
유 전 의원은 "이것이 우리 정부·여당에 앞으로 어떤 변화와 혁신을 갖고 오느냐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당의 책임이 아니고 대통령의 책임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책임과 권한이 같이 가는 것이 공정하다"며 "김기현 지도부에 책임을 물을 생각이 저는 전혀 없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대법원 확정 판결받은 후보를 3개월 만에 사면, 복권시켜 선거에 내보낸 것은 대통령의 의지였다"며 "당에서는 후보를 내기 싫었고, 이번 재보궐선거는 무공천으로 갈 수도 있었던 상황인데,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의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문제 있는 후보를 냈고 선거운동만 당에서 뒤치다꺼리를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대통령께서 '반국가단체' 이러면서 이념 전쟁을 하신다. 홍범도 장군 흉상 문제나 공산전체주의, 이권 카르텔 등"이라며 "그런데 국민들 보기에는 '지금 먹고살기 이렇게 힘든데 무슨 이념 전쟁인가' 거기에 대해서도 심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전면에 섰던 구상찬 전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패인과 관련 "첫째는 사면복권으로 보궐선거를 만든 당사자가 다시 나왔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제일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칫 정권의 오만함으로 국민들에게 비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고 했다.
구 전 의원은 이어 "지역 선거이지 않나. 이 구청장 선거가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하나였데 양당이 사활을 걸고 대통령 선거에 버금가는 막대한 인원과 거당적 지원을 했다"며 "우리에게 불리한 여야구도 선거로 갔기 때문에 대패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다만 구 전 의원은 김기현 지도부의 거취에 대해서는 "지금 지도부를 바꾸려면 전당대회를 다시 해야 된다. 비대위로 가려면 비대위원장을 뽑아야 한다"며 "그 절차에서 또 상처가 안 나라는 법이 없다. 현 지도부가 수모를 받으면서도 잘 견뎌내고 수습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반면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기현 지도부의 거취에 대해 천 위원장은 "원래 같으면 사퇴해야 될 것이라고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할지는 의문"이라며 "저는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 이 분위기로 가면 수도권 선거에 좋은 인재들이 오지 않는다. 강서에서 이 정도 격차로 지면 경기도에서 이길 수 있는 데가 한 두군데, 서울도 5군데 정도 그나마 해볼 것 같다.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도 질 것"이라고 했다.
천 위원장은 '강서구는 험지', '기초단체 중 한 곳' 등의 여권 내 반응에 대해 "겸허히 반성하고 우리가 더 잘 하겠다고 하기보다 (패배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코멘트들이 대통령 측과 당내에서 벌써부터 나온다"며 "(강서구는) 원래 험지가 아니다. 지금 용산과 우리 당이 '험지 메이커'"라고 꼬집었다. "서울 수도권 선거를 험지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기현 지도부의 거취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비대위는 일단 지켜본다 하더라도 지도부가 정치적 채임을 어떤 방식으로든 짊어질 수밖에 없다"며 "인물, 구도, 바람까지 여당에 호재가 없었다. 계속 인사청문회도 있었다. 전략 실패나 이런 것들이 다 있었기 때문에 지도부 책임이 어떤 식으로든 있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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