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전시공간인 <갤러리+ 기역>(기역책방)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지율스님의 바느질 작품 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회는 4대강 사업 수몰지인 내성천에서 환경운동을 해온 지율스님이 지난 13년 동안 수놓은 바느질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이 작품들엔 도롱뇽 흰수마자 먹황새 수달 등 내성천을 터전으로 살아온 여러 생명들이 수놓아져 있다. 또한 작품들엔 '힘내라 내성천' '댐보다 습지를' '반갑다, 제비야' 등 지율스님과 '내성천의 친구들'이 시기별로 외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작품의 재료는 저고리 치마 이불 등으로 누군가 쓰고 남긴 것들이다. 내성천의 수몰된 마을에서 구한 것들이 많다. 아래 글은 이번 전시회에 즈음해 바느질 작가로 널리 알려진 정연두가 쓴 전시 서문이다.
내성천을 수놓은 제비를 만났습니다.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며 지속 가능한 펼침막을 만든 지율스님을 만났습니다. 오래전 TV 뉴스에서 처음 스님 모습을 접했습니다. 천성산 터널 건설을 반대하며 단식하실 때였습니다.
'그깟 도마뱀이 뭐라고….'
그때 품었던 속엣말을 스님께 묻고 그만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때의 도룡뇽은 한낱 도마뱀이 아니라 다른 모든 생명이고 우리라고. 천성산 문제를 통해 드러난 본질적인 문제는 권력이 공익과 생명과 타인의 아픔에 도덕적으로 무관심하다고. 도롱뇽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스님의 단식은 우리 자신을 지키려는 싸움이었던 것입니다. 우리와 연결된 모든 생명을 지키려는 호소이고, 공명이었습니다. 지금 내성천에 날아온 제비도 우리이고 다른 모든 생명입니다.
부끄러움을 들키지 않으려 펼침막에 수놓은 제비를 속으로 세었습니다. 지난 6년 내성천을 찾아온 고마운 손님, 제비들이 수도 없이 날고 있었습니다.
제비, 내성천 하늘을 날아오르다
이러한 이름의 행사에서 하늘을 나는 5만여 마리 제비를 만나고 지율스님을 만났습니다. 나를 만나고 우리를 만나고 우주를 만나며 되뇌었습니다.
'이 땅 모든 생명에 도덕적으로 무관심하지 않으려 내 안에 힘을 저장하겠습니다.'
스님의 바느질 작품을 보다 나도 제비들이 간다는 강남으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내성천 제비를 찾습니다. 스님 닮은 제비, 나를 닮은 제비, 우리를 닮은 제비가 거기 있습니다. 손 흔들어 맞이하고 배웅한 내성천 제비가 반갑게 웃습니다.
<지율, 내성천을 수놓다>는 지난 13년 지율스님이 수놓고 이어 붙인 바느질 작품을 처음 전시하는 자리입니다. 이 조각보 작품들엔 내성천과 그 강에 깃든 수달 흰수마자 먹황새 등이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을 지켜온 '내성천의 친구들'의 염원이 배어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자연을 담은 작품도 아니고 자연을 닮은 작품도 아닙니다. 자연의 일부가 된 작품입니다. 세상이 외면하는 내성천의 목소리를 옮겨놓은 작품입니다. 13년 동안 내성천에 공명한 이들의 연대의 발자취입니다.
이 전시회를 만나는 이들에게 "모든 생명에 도덕적으로 무관심하지 않는 힘"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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