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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믿고 투자했는데 뜬금없이 예산 칼질…"민간투자자 기대이익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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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믿고 투자했는데 뜬금없이 예산 칼질…"민간투자자 기대이익 훼손 우려"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27] 예산 칼질 법적 대응 왜 나섰나?

김성수 전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 고창1)은 지난달 열린 ‘제403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2024년도 정부예산안’에 새만금 SOC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과 관련해 위법소지가 많다며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다.

김 의원의 논리는 △기재부의 예산 삭감은 잼버리 파행에 따른 감정적 대처이자 △기재부가 정한 예산 관련 각종 지침을 스스로 위반한 행정이라는 게 핵심을 이룬다.

또 각 중앙부처의 장이 관련법령과 전년도 예산 규모, 집행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시한 예산요구서를 놓고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국가 재정법과 예산편성지침을 위반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새만금 국가사업 정상화를 위한 전북인 비상대책회의 출범식이 9월 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라감영 선화당 앞에서 열렸다. ⓒ프레시안

전북도의회 새만금대응단(단장 국주영은)과 전북인비상대책회의(상임대표 윤석정)도 새만금 SOC 예산삭감과 관련해 법률 위반 여부를 다투는 소송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들이 동시에 법적 대응을 선포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새만금 예산 삭감이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것일까?

법조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소송의 주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며, 위법소지도 없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프레시안>이 취재한 결과 법조계에서는 △신뢰보호 원칙에 벗어난 삭감 △새만금 기본계획 효력의 사실상 부정 △사업 지연과 중단으로 인한 국가 재정 낭비와 민간기업 피해 발생 △새만금 기반시설 우선 지원 의무 위반 △성과계획서와 정부 예산안의 불일치 등 여러 측면에서 법적으로 다퉈볼 만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기재부의 무차별적인 예산 삭감은 신뢰보호 원칙에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수 전북도의원(더민주, 고창1)은 지난달 열린 ‘제403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새만금 SOC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과 관련해 위법소지가 많다며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다. ⓒ전북도의회

정부는 그동안 새만금에 국내외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올 3월에는 국무총리와 각 부처가 참여한 새만금위원회에서 새만금 신항, 농업용지 조성과 용수 공급 등을 심의 의결하고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바 있다.

새만금산단은 투자진흥지구와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했고 최근 6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대적인 외국인기업을 포함한 민간투자자의 MOU가 체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전례 없이 예산 칼질에 나서고 뜬금없이 기반시설 적정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도로와 항만, 철도, 공항 등 새만금 기반시설이 차질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하는 민간투자자의 신뢰와 기대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행정기본법’ 제12조(신뢰보호의 원칙)는 '행정청은 공익이나 제3자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행정에 대한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적법절차를 거쳐 계속사업으로 추진해 온 새만금 기반시설의 예산을 대거 칼질한 것은 정부의 중장기적 계획을 신뢰하고 투자를 결정한 민간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 국민의 신뢰보호 이익을 침해하는 미결정인 만큼 관련법 위배 소지가 크다는 법조계의 의견이다.

새만금 기본계획을 재수립한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해 기존의 계획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행위도 ‘행정절차법’ 제4조(신의성실 및 신뢰 보호)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만금 기본계획을 변경하려면 국무총리가 위원장이고 범부처가 참여하는 새만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등 불특정 다수가 인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느닷없이 새만금 적정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대외적으로 공개된 기존의 기본계획을 신뢰한 투자자와 일반 국민의 기대이익을 해치는 것이라는 논리이다.

사업 지연과 중단으로 국가 재정을 낭비하고 민간기업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점도 문제이다.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가 9월 26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만금과 전북의 미래’ 대토론회를 개최한 자리에서도 새만금 강경대응론이 제기된 바 있다. ⓒ프레시안

일부 새만금 기반시설은 한창 본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그럼에도 내년도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바람에 기존에 투자한 공사현장의 큰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새만금 신항(2선석)의 경우 2026년 개항을 앞둔 시점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으로, 공사가 지연될 경우 공사의 품질 저하와 기 조성된 시설의 훼손 우려가 크고 안전관리비 등 간접사업비의 추가 비용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간접사업비의 추가 비용이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새만금 국제공항 역시 올해 8월 17일에 기본설계를 접수한 3개 건설사는 ‘정부입찰 계약집행 기준’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되어야 기본설계 보상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

낙찰자 결정이 지연되면 기본설계서 작성을 위한 투자비용 회수가 늦어져 경제적 피해가 가중되고, 효율적이고 성과지향적인 재정운용을 명시한 ‘국가 재정법’에 비추어 불필요한 국가 재정 낭비와 민간기업의 사업상 중대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특히 명확한 사유가 없는 예산 삭감은 권한남용 금지 원칙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부처는 예산을 편성해 매년 5월 말 기획재정부에 부처 예산안을 제출하고, 기재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 예산안을 편성해 해마다 9월에 국회에 제출한다.

기재부는 새만금 SOC 예산과 관련해 부처 예산안 대비 78%를 삭감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처와 기재부 간 충분한 협의와 소통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만약 부처와 충분한 협의와 소통 없이 자의적 판단에 근거해 예산을 삭감했거나 삭감에 대한 합당한 사유를 부처에 설명하지 않고 편성했다면 ‘행정기본법’ 제11조 권한남용 금지 원칙의 위반 소지가 있다.

이밖에 국토부가 '국가재정법' 등 법이 정한 절차를 적법하게 이행해 타당성을 인정받은 사업에 대해 국토부가 별도 예산을 들여 적정성을 검토하겠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는 기존 행정절차를 무시한 것이자 정부의 정책결정에 대한 불신과 사업관리체계에 큰 혼란을 가져오는 절차일 뿐이다.

특히 새만금 공항의 경우 국토부가 2022년 6월에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보도자료까지 냈던 사업으로, 올해 5월 부처 예산안 편성 당시만 해도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580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바 있다.

▲새만금 국제공항 조감도 ⓒ전북도

하지만 올해 8월에 갑자기 사업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겠다고 국토부가 발표한 것은 자기모순적 의사결정이라는 비판이다. 국토부가 과연 적법절차를 이행한 사업들에 대해 적정성을 재점검할 권한을 갖고 있는지 의문인데다 만일 권한이 없다면 권한 남용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의 새만금 기반시설 적정성 재점검의 부당성과 관련해서도 다소 무리한 주장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는 견해이다.

국토교통부는 국토건설 종합계획의 수립과 조정, 각종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관련법령에서 기반시설 적정성을 재검토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달리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재검토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있다.

또 삭감된 예산이 전북에 귀속된 구체적인 권리라고 보기 어려운 점, 예산편성과 관련해 기재부가 일정 재량 범위 안에서 통합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점, 예산의 범위 안에서 가급적 지원하도록 하는 행정재량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 등에서 볼 때 소송을 통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무리한 해석이나 지나친 주장으로 보일 수 있는 등 법적 대응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여러 법률적 다툼의 여지를 놓고 전북도의회와 전북인비상대책회의는 각자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입체적 대응에 나서는 등 '투 트랙 소송'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새만금 SOC 예산 대거 삭감이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과연 어떤 판결이 나올지 지역민들의 관심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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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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