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회동에서 한국 정부에 대해 "한중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기 바란다"고 뼈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이 미국 편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대한 불만을 우회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시 주석은 한 총리와 화기애애하게 대화와 만찬을 이어가거나 방한 문제를 선제 언급하는 등 양국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측면 역시 드러냈다.
한중 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중국 항저우에서 한 총리와 만나 "중국은 한국에 대한 선린우호 정책을 견지하고 있으며 한국이 중한 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중시한다"며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관계(한중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한 경제는 밀접하고 산업망과 공급망이 깊이 융합돼, 양국이 상호이익 협력을 심화해야 계속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질 높은 발전으로 '중국식 현대화'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14억 명 이상의 인구가 현대화에 진입했다"며 "(앞으로) 거대한 시장을 더 개방할 것"이라고 했다. 거대한 중국시장의 추가 개방 등 양국 간 경제 협력 기회를 레버리지로 제시하며 한국을 우회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안정적·실질적 중한관계는 양국과 양국 인민의 공동이익에 부합하고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중한관계는 이사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 동반자"라고 양국관계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은 그간 윤석열 정부가 '항행의 자유'나 '국제관계에서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 등 미국·국제사회가 통상적으로 남중국해 문제나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입에 올리는 데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지난 4월 "말참견을 허용치 않겠다"거나 "불장난을 하면 타죽을 것"이라고 거친 언사를 동원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다만 시 주석은 이날 한 총리가 방한을 요청하기 전에 앞서 선제적으로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한국 고위당국자)고 하는 등 먼저 손을 내미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시 주석은 한총리에게 "윤석열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한편 한 총리가 북핵·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국 측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자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중국도 계속 노력하겠다"며 "한반도와 남북 양측의 화해, 협력을 일관되게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이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총리와 시 주석 간의 면담은 면담은 오후 4시 26분부터 5시 52분까지 약 26분간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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