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본회의 가결로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극에 달한 가운데, 사태 수습책으로 나온 박광온 원내대표 사퇴를 놓고 비명계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당 지도부가 가결 투표를 '해당(害黨)행위'로 규정한 것을 놓고도 "이 대표가 공언한 불체포특권 포기가 왜 해당행위냐"는 반발이 일었다.
이원욱 "책임질 사람 그냥 두고 박광온에 덮어씌워"
민주당 비명계 중진인 이원욱 의원은 22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광온 원내대표가 갑자기 어제 사퇴를 한 것은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매우 당혹스럽다"며 "오히려 책임질 사람은 그냥 있고, 누군가한테 책임을 덮어씌우는 꼴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헀다.
이원욱 의원은 "책임질 사람이 아닌 박 원내대표가 책임을 옴팡 뒤집어쓰게 된 것에 대해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책임져야 될 사람은 이 대표를 비롯한 기존의 지도부"라고 직격탄을 쐈다.
그는 "여태까지 제대로 (상황을) 처리 못한 이 대표뿐 아니라 이 대표와 함께했던 현재의 최고위원들에게 아주 직접적 책임이 있다"며 "만약에 박 원내대표 사퇴 요구를 하려고 했으면 총사퇴가 되는 게 맞다"고 했다. '지도부 총사퇴라면 이 대표도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보느냐'고 라디오 진행자가 묻자 이 의원은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즉답했다.
이원욱 의원은 "불체포 특권 포기는 당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고,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는데 당시 표현을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특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했다.
그는 표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며칠 전까지만 해도 꽤 많은 (이탈)표를 예상했는데,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부결로 입장이 정해지고, 그래서 부결을 설득하고 다니더라"며 "(그래서) '가결이 어렵지 않겠나', '가결 안 되겠다. 부결되겠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저께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부결시켜 달라'고 한 것이 굉장히 역풍을 맞았다. 그러면서 '정말 이 대표하고는 같이 못하겠다'는 얘기가 의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회자되더라"고 막후 분위기를 전했다.
김종민 "불체포특권 포기가 왜 해당행위냐"
역시 비명계로 분류되는 재선 김종민 의원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결 투표를 '해당행위'로 규정한 전날 밤 '최고위원회 입장'에 대해 "해당행위라고 하는데, 이게 6월에 당 대표가 국민 앞에 약속한 내용이고 의원총회에서 결의를 한 내용이다. 그게 두 달도 안 돼서 해당행위가 되느냐?"고 정면 반박했다.
김 의원은 "(당내) 다수 의견이 바뀌었지만, 당 대표도 국민한테 약속했고 우리가 의원총회 결의로 국민한테 약속한 내용을 지키자고 주장한 것을 해당행위라고 보면 안 된다"며 "약속을 지키자고 한 분들의 판단도 민주당을 위한 판단이지 당을 못 되게 하자, 당을 흔들자, 그런 것은 저는 아니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 역시 박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되는데 현재 지도부가 사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 해 왔다"며 "이게 단순히 박 원내대표 혼자 책임지고 혼자 욕먹을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향후 해법에 대해 "지금 여기서 뭐 '배신이다', '출당시키겠다' 이런 식의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 국민들이 보기에 민주당에 대한 신뢰만 점점 깎인다"며 "이것을 어떻게 하면 민주당의 상황을 새로운 변화, 전화위복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과제다. 현재 있는 공식 지도부 외에 실질적인(역할을 할 수 있는) 중진 의원들과 함께 고민을 모색해 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전화위복'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김 의원은 표결 결과에 대해 "저는 예상했다"며 "(표결) 전날 여러 움직임들이 물밑에서 있었다. 특히 박 원내대표와 중진의원들이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전체적으로 가결 가능성이 높다. 가결되면 내부가 분열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막아보자' 하고 논의를 했는데 (중략) '가결 고민하는 분들을 부결로 다 설득해 보자'면서 중진의원 몇 분이 이틀 동안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대화도 하고 논의도 했다. 그런데 왜 그런 노력을 했겠나? 가결 가능성이 높으니까 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그 과정에서 저는 매우 실망스러웠던 것이,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 '공천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다' 이게 가결 고민하는 의원들한테 답변으로 전달됐다고 하더라. 가결을 고민하는 의원들이 '이게 공천 달라고 하는 것이냐', '대화가 안 되겠다'(고 하면서) 정치적인 수습 내지는 정리를 못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상민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야"
5선 중진으로 김진표 국회의장과 선수(選數)가 같은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도 "전화위복"을 언급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되겠다. 이 대표도 본인이 아무 잘못 없다고 했고 검찰이 아무 증거도 없다고 했으니 당당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이 대표의 무고함을 입증할 좋은 기회로 선용할 수 있겠다"고 했다.
이상민 의원은 "지금 표로 나온 것은 40표 정도가 이탈했다고 하지만 사실 바닥에 흐르는 걱정, '대국민 약속을 제대로 이행 안 하다가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도 받는데 그걸 또 뒤엎을 때 당이 과연 존립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하는 의원들까지 따지면 제가 볼 때는 그 40명에다가 더하기 40명, 한 80명 가까이는 마음이 움직일 수 있다"며 "(반란표 사태를) 이 대표나 이 대표 쪽에서는 큰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된다. '절대 수로 따지면 부결표가 훨씬 많았다' 이렇게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상민 의원은 영장실실심사 이후 민주당 리더십 향방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구속되는 사태가 없기를 저도 진정으로 바라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하면 대표직 그만둬야 한다. 무슨 독립운동 하다가 교도소 간 것도 아니고 비리 의혹 때문에 구속됐다면 나중에 무고함이 밝혀지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는 리더십이 보장될 수 있나? 깔끔하게 대표직을 물러나 무고함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무고함이 밝혀진 다음에 다시 정치권에 재진입해서 자신의 날개를 펼치는 방안을 생각해야지, 그냥 옥중(獄中)에서 뭐를 하겠다, 이거는 제가 볼 때는 강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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