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성상이 설치된 후 신부의 착지처인 전북 익산의 나바위 성당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바티칸 시국 성베드로 대성전 외벽에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이 세워졌다. 아시아 출신 성인의 성상이 성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것은 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한국인 최초로 조선 헌종(憲宗) 11년인 1845년에 중국에서 신부 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가 귀국하면서 육지에 첫발을 내딛은 역사적인 착지처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익산시 망성면 화산리의 ‘나바위 성당’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1897년 본당을 설립한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베르모렐(장약술 요셉) 신부가 1906년 신축공사를 시작해 이듬해 완공했다.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아넬 신부가 설계를 했고 공사는 중국인들이 맡았다. 처음에는 정면 5칸에 측면 13칸 규모의 한옥 성당으로 지었으며 이후 1916~1917년 흙벽을 서양식 벽돌로 바꾸고 용마루 부분에 있던 종탑도 헐고 성당 입구에 고딕식 종탑을 세웠다.
외부 마루는 회랑으로 바꾸고 1922년 회랑 기둥을 반석조로 개조했으며, 성당 내부에는 관습에 따라 남녀 자리를 구분했던 칸막이 기둥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나바위 성당은 서양식 성당 건축양식과 한국의 전통적인 목조 건축 기법이 조화를 이룬 건축물로 국내 근대 건축양식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서양식과 한옥의 구조를 절충하고 신도들에게 남아있던 유교적 관습을 반영해 건물을 지은 사례로 근대기 성당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평이다. 나바위 성당은 이런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7년 국가사적 31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성당의 북쪽 언덕에는 1915년 베르모렐 신부가 휴식과 기도를 해 세운 망금정이 있고, 그 옆에는 1955년에 세운 김대건 신부의 순교비가 있다.
성당 뒤쪽 너른 잔디밭 광장에 가면 갓을 쓴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도포를 걸치고 한쪽 손을 든 성인의 모습이 바티칸에서 이번에 공개된 성상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익산시의 한 관계자는 “나바위 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한국인 최초로 사제서품을 받은 뒤 귀국하는 길 한반도에서 처음 발을 디딘 곳”이라며 “바티칸에 입성한 김대건 신부의 아름다운 영혼을 익산에서도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익산에는 천주교성지 나바위성당과 함께 원불교중앙총부, 기독교성지 두동교회, 불교문화를 들여다보는 미륵사지와 심곡사가 위치해 있다.
익산시는 이를 활용해 치유와 체험을 융합한 '4대 종교 문화체험 다이로움 익산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설과 함께 4대 종교를 순회하며, 명상과 순례길 걷기 등 2일 일정으로 다양한 종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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