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단식 20일째 접어든 이재명 대표를 직접 병문안하고 단식을 만류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여전히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단식을 멈추게 할 '출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 대표 의지가 완강해 단식 중단까지는 좀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오후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 행사 참석에 앞서 이 대표가 입원해있는 서울시 중랑구 소재 녹색병원을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병원 앞마당에 도착했고, 문병에 앞서 마중 나온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서영교 최고위원, 김영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박홍근 전 원내대표 등과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 측근인 윤건영 의원도 배석했다.
이 대표 병실로 곧장 찾아간 문 전 대통령은 병상에 누운 이 대표 손을 붙잡고 "링거랑 수액만 맞고 복귀는 여전히 안 하신다면서요?"라고 물었다. 이 대표는 웃으며 "생각이 없어가지고"라고 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내가 열흘 단식을 했었는데, 그때도 힘들었다"면서 "지금 20일이니까 얼마나 힘들까 싶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마음은 뭐 충분히 공감하고 또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데, 지금 이 단식의 진정성이나 결기는 충분히 보였다"면서 "아마 지금 하시는 그런 일에 대해서도 길게 싸워나가야 하고 이제 또 국면도 달라지기도 하고 이제는 또 빨리 기운 차려서 다시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인 거 같다"며 단식을 중단할 것을 권유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현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무슨 생각으로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고만 했다.
이 대표는 이어 작은 목소리로 "오늘이 9.19 합의한 날"이라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늘 63 빌딩에서 평양선언 5주년 기념식을 하는데 거기 갈 것"이라며 "그 뿐만 아니고 이제 이 대표 단식하는 것 와서 위로도 하고, 또 만류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이제는 이 대표 혼자 몸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다시 또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는 거기 때문에 그거를 늘 생각하셔야 한다"고 거듭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약 23분간 면담을 마치고 병실을 나서 평양공동선언 5주년 행사가 열리는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이 떠난 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께서 천준호 비서실장과 병원장에게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물으셨고 '주변에서 이럴 때일수록 단식을 그만두게 해야 된다'(고 말했고) 특히 병원장께는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만두시게 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이 대표는 '끝 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다. 세상이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단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면서 "문 대통령께서 전화도 주시고 중단해달라는 말씀도 전해주시고 또 이런 걸음까지 하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하셨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일단 대통령님의 여러 차례 중단 권유를 들으시고 '잘 알겠다' 정도의 답변을 하셨다"며 "일단은 오늘 자리에서 중단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신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했다.
'현 정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나눈 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 대변인은 "말씀이 있었지만 소개를 해드리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당내 친문, 친명이 같이 결속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는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대화에 그런 말씀이 없었기에 제가 그런 의견을 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체포동의안 관련해서 우려의 뜻을 전하거나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부분에 대한 말씀은 없으셨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일 단식 이틀째인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국회 앞에서 19일간 단식 농성을 이어오다 지난 18일 정신이 혼미해지는 등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결국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대표는 입원 중에도 수액 치료 외에 음식 섭취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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