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 및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으면서도 식량 지원은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의 아사자가 예년보다 3배 이상 발생해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국가정보원의 상황 파악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러시아의 식량 지원을 거절했다는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 북한 러시아 대사의 발언과 관련, 정부가 올해 북한에 아사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밝히지 않았냐는 질문에 "(올해) 상반기에는 북한의 식량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당시에도 (식량)양의 문제라기보다는 유통 과정상의 문제가 더 컸던 것"이라며 "이후에 북한의 식량 수입이 증가됐고 보리나 밀 등 추수가 상당히 진척됐기 때문에 식량 상황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 이제 가을에 접어들었으니 상황은 또 바뀌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7일(현지시각)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은 마체고라 대사가 "우리는 2020년에 인도적 지원으로 5만 톤의 밀을 (북한에) 제공했다. 우리는 지금 이를 다시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며 "하지만 북한은 우리에게 솔직하게 '정말 감사하다. 상황이 어려울 때 의지하겠다. 이제 모든 것이 괜찮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올해 정말로 그들은 매우 풍작을 거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이며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국정원의 설명과는 상반되는 대목이다.
지난 5월 31일 국정원은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식량 상황과 관련해 "현재 북한의 부족분이 70여 만 톤인데 4월에 19만 여 톤을 들여왔다. 그러나 5월 춘궁기에 다시 식량사정이 악화돼 현재 곡물가격이 작년 분기 대비 옥수수 약 60%, 쌀 30% 가까이 올라 김정은 집권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사자 발생도 예년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국정원은 "민생고로 인해 내부적 불안 요인으로 많이 비화되고 있는데, 강력범죄는 작년 동기 대비 100여 건에서 300여 건으로 3배 폭증했고, 물자 탈취를 노린 사제폭탄 투척 등 대형·조직화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자살자가 지난해 비해 약 40% 정도 증가했는데, 김정은은 (자살을) '사회주의에 대한 반역행위'로 규정하며 대책 강구를 긴급 지시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체결됐던 9.19 군사합의가 5주년을 맞은 가운데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간 합의는 상호 준수해야 한다. 우리만 지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9.19 합의를 비롯해 그동안 남북 간 합의에 대해 법률 검토를 실시하겠다고 했는데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그는 "법적 검토와 함께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한반도 정세를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해 9.19를 북한에 대해 일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카드로 남겨둘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는 9.19 합의 파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했지만 "반드시 폐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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