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등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15일째로 접어들면서, 당 내에서 이 대표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총회는 14일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공식 요청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전체의 뜻을 모아서 이 대표께 단식 중단을 간곡히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애초 이 대표의 단식이 우리 민생의 여러 현안과 윤석열 정부의 폭정에 대한 민주당의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기 위한 단식이었는데, 이 모든 뜻을 민주당 모든 의원들이 이어받겠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우리 역할들을 더 충실히, 최선을 다해 해나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단식 중단을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시기를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한 데 대해 "불과 몇 미터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데, 함께 한 공간에서 대한민국 정치를 이끌어가고있는 입장에서 직접 그런 말씀과 당부를 하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의) 건강이 이제 정말로 걱정스런 단계에 있다"며 "그래서 많은분들이 '단식을 중단하고 더 큰 싸움에 대비하자'고 권유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의원총회 이후 박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3선 중진 의원들은 이 대표를 찾아가 단식 중단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국회 본청 앞 천막에 마련한 농성장을 전날 국회 청사 내 당대표실로 옮겼다. 건강 악화로 인한 조치였다.
전날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전 실장은 이 대표를 찾아 "엄중한 상황에 대처하려면 빨리 단식을 중단하시고 건강을 회복하셔야 한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친명-비명계 간 갈등은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지난 9일, 12일 두 번에 걸쳐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한 검찰이 조만간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여, 갈등의 불씨는 언제든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친명계와 입장을 대체로 같이해온 중진 우원식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이 체포동의안을 아주 정략적으로 치고 있다"며 "검찰이 검찰같지 않고 정치권 같다. 여당을 일방적으로 돕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내용도 도주 우려도 없고 이렇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부결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대부분의 의원들이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같은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장 좋은 것은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표가 말씀하셨던 대로, 힘드시겠지만 '검찰의 무도한 수사에 맞서서 내가 당당히 걸어가서 영장 기각 받고 오겠다. 가결시켜 달라'고 말씀해 주시는 게 제일 낫다"고 했다.
조 의원은 '당내 다수가 부결을 점치고 있다'는 질문에 "그건 표면적으로 나오는 모양새, 큰 소리가 그런 거고 위에 뜬 것만 그렇다"며 "많은 분들이 말씀을 안 하고 계신다. 그래서 이걸 의총에서 정식으로 논의하자고 했을 때 당은 큰 분란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범계 의원처럼 (친명계는) '지금 저렇게 투쟁하고 있는 힘든 대표를 검찰 아가리에 밀어 넣겠다는 거냐' 이렇게 나올 거 아니냐. 그러면 또 저 같은 사람은 '아니 그러면 불체포 특권 포기하겠다는 약속은 뭐냐' 이런 얘기를 할 것"이라며 "이거는 국회법에 따라서 자유의사로, 양심에 따라 표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당내 갈등이 잦아든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어쨌든 (이 대표가) 단식을 하고 계시잖느냐. 곤궁한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얘기를 하는 게 그게 비정하고 야박하니까 참고 있는 것이다. 그걸 가지고 '단합됐다'라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변호인을 통해 오는 15일로 예정됐던 대장동 사건 재판을 다음달 6일로 연기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고, 법원은 검찰 측 의견을 물은 뒤 이를 받아들였다. 이 대표 변호인 측은 이 대표의 건강에 문제가 있고 공판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해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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