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에서 법 제정을 논의 중인 보호출산제가 장애아동을 합법적으로 유기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는 13일 "출산 후 1개월 이내에 보호 출산을 신청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보호출산법안 제14조는 장애아동의 보호와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양육의 어려움을 예상하는 임산부가 구개파열, 다지증, 단지증, 사지결손, 외모상 기형, 선천적 대사이상, 청각장애 등과 선천적 심장병, 선천성 매독,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염색체 질환 등을 가지고 태어나는 장애아동들을 합법적으로 유기하는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오히려 영아유기를 막고자 하는 보호출산법안의 취지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영아의 양육문제는 정책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구성원이 존재할 경우 취약한 가족을 함께 지원하며 돕는 차원의 문제인 것이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동만을 따로 떼어내어 보호출산이라는 이름으로, 그것도 합법적으로 유기할 수 있도록 도울 일은 아니다"며 "보호출산법안 제14조는 산모의 위기상황이 전혀 아닌 아동의 위기상황(장애)에 따라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유기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보호출산법안에 대해 ① 민법상 남편의 지위를 일체 고려하지않고 있는 점(법률상 남편의 자로 추정되는 자녀에 대하여, 임산부 단독으로 보호출산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률상 남편의 의사를 배려하지 않고 있다), ②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않은 이주여성을 그 대상에서 제외한 점(그 누구보다도 보호출산법안을 활용할 가능성이 큰 집단임에도 이주여성을 포함시키고 있지 않다) 등을 추가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 논의 중인 보호출산법안의 폐기가 가장 바람직하나, 최소한 14조는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출산제라고도 불리는 보호출산제는 산모에 대한 임신지원과 병원 출산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친생부모와 분리되는 '기아'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한 후 입양 또는 시설보호 등의 아동보호조치로 연계하자는 것이다.
이는 미등록 신생아를 줄이고 아동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출생신고 의무를 병원에 부여하는 출생통보제에 대한 보완책에서 논의되고 있다.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못하는 위기 여성들의 병원 밖 출산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게 보호출산제를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보호출산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정체성을 알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부모와 아동의 권리가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또 익명출산제가 존재하는 독일, 프랑스 등 국가는 미혼부모에 대한 편견이 적어 혼외출산율이 높아 한국과는 전혀 다른 사회적 맥락에서 정책이 만들어졌다는 고려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미혼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지원체계 등에 대해 마련하기보단 아이와 분리가 마치 대안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어 오히려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유기를 조장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계속되는 해외입양 과정에서 과거에 '고아호적'을 만들어 입양을 보내 성인이 된 후 친생 가족을 찾으려고 해도 찾지 못하는 입양인들의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는 한국에서 보호출산제는 이런 역사를 반복하는 일이 될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