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반도 및 유럽 상황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문제가 거론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13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 통신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한반도) 및 유럽의 상황에 대해 푸틴 대통령과 논의를 가졌다고 말했다"며 "푸틴 대통령과 전략적 협력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북-러 관계 발전은 양국 이익에 부합하며, 북한은 러시아와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방문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양국은) 지역의 평화, 안전, 번영의 이름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이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 관계를 발전시키며 진정한 친구 및 지지자가 됐던 선대(김일성, 김정일)의 길을 따르고 있다"며 양측의 우호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양 정상이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성명, 합의문 등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합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회담 하루 전인 12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대중에게 공개되거나 발표될 수 없는 민감한 분야에서 협력하는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 점으로 미뤄 보아 실제 북러 간 회담에서 재래식 무기와 위성 기술을 주고 받는 합의가 있었더라도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회담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에 대한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페스코프 대변인은 "필요하다면 북한 동지들과 이 주제(제재)에 관해 계속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정상회담 이후에도 "러시아는 유엔과 안보리에서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북한과 관계 발전에 방해가 될 수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역시 통신에 "북한에 대한 제재는 완전히 다른 국제지정학적 환경에서 채택됐다. 당시 유엔 안보리에서 대화와 상당히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며 "그러나 마지막 제재가 채택됐던 2017년 이후 우리는 북한에 대해 더 이상 제재가 없을 거라고 분명히 말해왔다. 우리의 중국 파트너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이날 양 정상이 확대회담과 단독회담 등을 포함, 4시간 동안 만남을 가졌다고 전했다. 회담 이후 양 정상은 만찬을 함께했는데 통신은 오리-무화과 샐러드, 게 만두, 철갑상어와 소고기 등이 러시아 와인과 함께 제공됐다고 밝혔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날 일정을 마무리한 뒤 기지를 떠났다며, 이후 블라디보스토크와 콤소몰스크나아무레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콤소몰스크나아무레는 하바롭스크 주의 산업도시로 수호이 시리즈 전투기를 생산하는 콤소몰스크-나-아무르 항공제작소가 위치해 있다. 당초 이번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군사 기술 이전이라는 점에서 이 지역 방문이 예상돼왔다. 이곳은 지난 2001, 2002년에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도 방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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