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이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찾아 눈물을 보인 것과 관련해 "너무 수척해지셔서 눈물이 그냥 나왔다"면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불체포특권 포기 등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결단"을 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1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조금은 의견이 다르더라도 같은 길을 걷는 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 염려되는 마음으로 (단식농성장을) 찾아갔다"고 했다. 그는 지난 11일 이 대표가 단식 중인 국회 본청 앞 천막 농성장을 방문해 "단식 그만하시고 건강 회복하셔야 한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전 위원장은 당 안팎에서 자신의 눈물을 두고 여러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너무 수척해진 모습을 눈앞에서 마주하니까 울컥해서 눈물이 나왔다"며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서 단식의 (한계) 시기를 넘긴 사람을 볼 때, 눈앞에서 직접 봤을 때 눈물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초현실적이다' 이야기 하는 게 오히려 초현실적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위원장은 "태도가 변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지만 이전의 이념이나 생각이 변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할 상황에 대해 "단식하고 있는 사람에게 불체포특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인간적 도리가 아니"라면서도 "원칙적으로는 불체포 특권에 대해 반대해왔고, 이 대표도 그렇게(불체포 특권 포기) 말씀하신 바 있다. 검찰 조사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 보다 꿋꿋하게 당당하게 나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당에서 이 대표의 단식을 두고 '방탄 단식'이라고 비판하는 것과 관련해선 "검찰이 기소권을 추석 민심 잡기를 위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이어 "이 대표 단식의 계기가 된 건 '홍범도 흉상 철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며 "독립운동을 했던 선조들의 정말 목숨 걸고 싸웠던 일들이 있는 건데 지금의 정부는 역사를 회귀하려는, 되돌리려는, 그러니까 부정하는 모습에 있어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그런 부분도 한편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저는 들더라"며 이 대표를 옹호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간절하면 이렇게 장기가 괴사하는 상황까지 와서 단식을 이어가실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재명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게 민주당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당을 생각했을 때 총선 승리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총선 승리를 위한 결단을 이 대표가 하시리라 본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하나의 원칙은 총선 승리를 위해서 어떤 방향이 더 좋은가를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며 "고민이 됐었던 부분이 뭐냐, 인간적으로 지금 사경을 헤매면서 단식을 2주째 하고 있는 대표 앞에서 이 얘기를 논하는 게 인간적으로 옳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단식이 끝나고 나면 이것에 대한 입장을 더 명확히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내년 총선과 관련 "민주당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실 반성과 혁신"이라며 "민주당이 계속해서 3연패를 해온 것은 국민 앞에 반성하지 않고 '내로남불' 태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금 정부·여당에 맞서서 투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반대만으로는 지지 확장이 어렵다. 앞으로의 대안, 미래 의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민주당이 되어야만 총선 승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정치인이 출마 고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아직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서 추석이 지나면 명확히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당 구성원들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박 전 위원장의 눈물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총선용 눈물'이라는 것이다. 친(親)이재명계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박 전 위원장의 눈물이) 공천 염두에 두고 그랬다고 보시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저는 그랬다고 본다"며 '전혀 염두에 안 둘 수 없다. 너무 차가운 데서 너무 뜨거운 곳으로 갑자기 확 온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비명(非이재명)계 조응천 의원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간 단계 없이 갑자기 저렇게 급반전됐다"며 "초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해 보였다"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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