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샤워실 400개→300개→330개→281개…위생시설 설치계획 '오락가락'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샤워실 400개→300개→330개→281개…위생시설 설치계획 '오락가락'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16] 초기 대응 실패 원인 분석

대한민국 국격을 떨어뜨린 '새만금 잼버리' 파행은 엄청난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과 영국이 대회 닷새 째인 8월 5일 조기 퇴영을 결정한 이유는 열악한 위생과 음식, 폭염 대책, 의료 서비스 등 4가지(맷 하이드 영국스카우트연맹 대표)였다.

그렇다고 화장실과 샤워실, 급수대 등 위생 시설을 설치하고 청결하게 관리하는 업무가 풀기 어려운 고차함수는 아니다. 폭염 대책 및 의료 시설 설치, 의료 인력 확보, 해충 방제, 음식 제공과 생수 공급 역시 사전에 시스템을 갖추고 연습했다면 총체적 난국을 피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업무를 맡은 조직위의 사전 준비 부족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한 조직위의 준비 부족 정황은 위생시설 계획 수립 단계부터 감지됐다.

우선 화장실과 샤워실, 급수대, 의료실 등 기본적인 위생 시설부터 종합계획과 세부계획, 설치계획, 실제 설치 결과 등이 각각 다른 ‘따로 국밥’이었다.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8월 8일 야영지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를 들어 2021년 11월 '제1차 정부지원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잼버리 종합계획'에는 샤워실을 400개 설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한 달 뒤인 12월에 수립한 '세부운용계획'에는 느닷없이 300개로 줄어들었다. 올해 3월 열렸던 '제2차 정부지원위원회'에 올린 '보고안건'에는 330개로 다시 늘어났고 다시 8월에 야영장에 실제 설치된 샤워실은 281개로 줄었다. 400개에서 300개로, 다시 330개로 오락가락하더니 실제 행사장에는 초기 종합 계획의 70% 수준만 설치된 것이다.

세계 각국 스카우트들의 불만이 폭발했던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종합계획(400개)과 세부운용계획(330개)이 서로 달랐고, 급기야 올해 8월 실제 설치한 화장실(354개)도 제각각이어서 “도대체 조직위의 원칙과 기준은 무엇이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급수대 설치는 좌충우돌의 백미(白眉)를 이룬다. 400개에서 시작해 125개로 급락했고, 최종 설치된 급수대는 첫 종합계획의 30% 수준인 120개로 뚝 떨어졌다. 야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물이다. 초기에 생수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수대마저 띄엄띄엄 설치해 세계스카우트 대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던 것이다.

의료실 역시 당초 종합계획에는 150개소 설치였지만 한 달 후인 세부운용계획에는 잼버리병원 1개소와 클리닉 2개소, 정신건강상담치료 6개소, 응급의료소 4개소 등에 ‘플러스 알파’로 바뀌었다. 이 역시 최종적으로는 잼버리병원 1개소와 허브클리닉 5개소, 응급진료실 5개소로 변경 설치된다. 위생시설 4개 부문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것이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의 한 지역 책임자로 일해온 K 씨(60)는 "전문가격인 스카우트연맹의 의견은 뒤로 한 채 잼버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조직위가 앞에서 일하다 보니 스카우트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전혀 없는 난맥상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화장실만 해도 장애인, 종교 화장실은 물론 18세 이상 성인과 18세 미만 청소년을 위한 화장실을 별도로 만드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새만금잼버리가 열렸던 지난 8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클리닉센터 현장 모습 ⓒ연합뉴스

폭염에 대비한 그늘막과 몽골텐트 역시 2021년의 종합계획과 올 3월의 설치 고시에는 각각 1250개와 5000개로 되어 있지만 실제 설치는 271개와 3995개로 줄어들어 그늘 한 점 없는 '서바이벌 잼버리'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전북 정치권은 “야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위생시설과 그늘막, 의료실 계획마저 제각각이고 오락가락했다는 점에서 조직위의 준비 부족이 어느정도 심각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원택 의원(김제부안)은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시설 등 위생시설은 조직위가 당초 종합계획상 기준만 설치했어도 파행은 막을 수 있었다”며 “조직위의 준비 부족과 무대책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하며 총제적 난국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잼버리 대회장에 설치된 간이화장실, 화장실 수도 적었지만 위생이 엉망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연합뉴스

조직위의 '갈팡질팡'은 정부 차원의 마지막 종합점검이라 할 수 있는 ‘제2차 정부지원위원회’의 추진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3월 3일 열린 '2차 정부지원위'에서는 시설계획 변경을 담은 심의안건과 주요 업무 추진상황을 전하는 보고안건 등 2건이 제출됐다.

같은 날 제출된 2개의 안건 자료를 자세히 보면 화장실 설치가 400개(심의안건)와 330개(보고안건)로 서로 달랐고, 급수대도 400개와 125개로 큰 격차를 나타냈다. 같은 날 내놓은 회의자료의 시설물 설치 숫자가 서로 달랐다는 점에서 대회 전 최종 점검회의 자체가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폭염과 폭우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영지 내 임시 기상관측소를 설치해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폭염에 대비한 그늘쉼터와 덩굴터널 등을 설치한다"며 "유충과 성충 등 해충의 성장 단계별 맞춤 방제조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5개월 뒤에 열린 잼버리 대회에서 그늘쉼막과 덩굴터널 등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해충 방제도 초기에 이뤄지지 않아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모기 방역에만 중점을 둔 나머지 화상벌레 방역에 실패했고 당초 고용된 청소인력도 70명에 불과해 신속대응의 한계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이원택 의원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와 본회의에서 "폭염 등 대비가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를 열면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하는 잼버리 대회가 공포와 트라우마로 남는 대회로 전락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정부와 조직위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결국 조직위의 사전 준비는 오락가락했고 현장대응도 실패한 새만금 잼버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