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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못하고 예산 빼 먹는 꿍꿍이 있는 전북이라고? 억장이 무너진다”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13] 전북인 가슴에 대못박은 말들

말은 아픈 사람을 치유하고 용기를 줄 수 있지만 심장의 비수가 될 수도 있다.

정부와 여당이 파행으로 끝난 새만금 잼버리를 핑계삼아 ‘전북 책임론’을 점화하며 전북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여러 말들이 회자했다.

여권은 마치 코너에 몰린 전북을 패대기치듯 사정없이 때렸고, 정부도 새만금 SOC 예산을 대거 삭감해 ‘예산 보복’이란 지적을 받았다.

▲전북도의원들이 5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전북도의회 앞에서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삭발한 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잼버리 파행 이후 여러 말들이 나왔는데, 전북의 원로들이 시국선언에 나서는가 하면 정치권이 잇따라 삭발하는 등 전북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발언들도 적지 않았다.

가뜩이나 '전북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전북을 무능한 지자체로 시사하는 폄하 말까지 나와 지역민들의 분노와 반발은 갈수록 커가고 있다.

급기야 7일에는 전북인 2000여명이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상경투쟁에 나설 계획이어서 새만금 잼버리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전북사업 의미 있게 반영했다” : 추경호 기재부 장관이 지난 2일 국회 예결특위에서 이원택 국회의원(김제부안)의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나온 말이다.

이 의원이 "기재부의 새만금 SOC 예산 삭감에 대해 전북도민들은 전북 홀대를 의심하고 있다"고 반발하자 추 장관은 “전북에서 요청한 주요 사업은 대부분 의미 있게 내년 예산에 반영되어 있다"고 답변해 지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 의원은 “최근 10년간 전북도 국가예산 반영 현황을 살펴본 결과 추 장관의 '의미 있는 반영' 답변은 근거가 없는 거짓이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성토했다.

지역민들은 “새만금 예산 칼질이 의미있는 반영이라면 칼질당한 전북은 환영해야 하느냐"고 거세게 반발했다.

▲“일 잘하는 지자체와 못하는 지자체”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8월 31일 전남 순천의 국제정원박람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개장 이후 반년도 되지 않아 벌써 6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박람회를 찾는 등 초대박 흥행을 거뒀다”고 말한 뒤 언급한 말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8월 31일 오전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중소도시 한 곳의 인구와 맞먹는 2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하루에 몰려도 교통체증을 거의 느낄 수 없다고 한다”며 “노관규 순천시장을 비롯해 시청, 도청, 조직위 관계자들의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 말은 전북 부안의 ‘새만금 잼버리’ 행사와 전남 순천 국제정원박람회를 대비시켜 전북의 준비 소홀을 직격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대표는 특히 “일 잘하는 지자체와 일 잘못하는 지자체 사이에 차별이 있어야 주민의 삶이 윤택해지고 지방자치제도가 발전할 것”이라고 발언, “그렇다면 전북은 ‘일 못하는 지자체’에 해당하느냐”며 “당 대표가 전북을 바보로 만들었다”는 반발이 나왔다.

지역민들은 이웃 전남에서 전북을 일 못하는 지자체로 내쳤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호남 갈라치기’라고 분노했다.

▲ “생갯벌 밀어붙인 전북의 꿍꿍이” :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도가 기존 새만금 부지를 여럿 두고도 난데없이 아직 메우지도 않은 ‘생(生)갯벌’을 잼버리 개최지로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누가 봐도 이상한 일엔 항상 꿍꿍이가 있는 법”이라며 “전라북도의 꿍꿍이는 새만금 개발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핑계 좋은 볼모로 새만금 잼버리를 유치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전북이 속을 드러내지 않고 이상한 일을 우물쭈물 꾸며내는 지역으로 폄하한 발언이어서 비난이 거셌다.

이원택 의원은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제시한 잼버리 부지의 3대 조건은 250만평의 부지와 상수원, 프로그램 지원이었는데 현 부지만 모두 만족했다”며 “역대 대회의 간척지 선정 사례는 1995년 네덜란드 드론턴과 2015년 일본 키라라하마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 “전북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 : 국회 예결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은 지난달 11일 “전라북도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핑계로 새만금 관련 SOC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 이런 예산이 합치면 1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발언했다.

송 의원은 또 지난달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만금 잼버리 관련 계약의 전북 관내 업체 편중 사실이 자료를 통해 확인되었다”며 “감사원은 송곳 감사를 통해 ‘이권 카르텔’이 있었는지에 대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전북이 국가예산을 빼먹기 위해 혈안이었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이권 카르텔’이 횡행한 것처럼 말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의 공분을 샀다.

더민주 정책위 부의장인 이덕춘 변호사는 6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송 의원은 전라북도가 국가예산 빼먹기에 집중, 대회 준비는 완전한 부실로 총체적 난국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며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인 만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주장했다.

▲ “차질 없이 준비, 잼버리 잘 될 것”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의원(김제부안)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원택 의원은 당시 “잼버리 대회를 불과 10개월 앞뒀다. 과연 주무부처가 사라진 상황에서 잼버리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물론이다”고 흔쾌히 답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당시 “잼버리 대회를 불과 10개월 앞뒀다. 과연 주무부처가 사라진 상황에서 잼버리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물론이다”고 흔쾌히 답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이 “현장에서 보기 때문에 걱정돼서 말씀 드린다. 이 책임은 역사가 장관에게 물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 장관은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의 답변은 당시 유튜브 등을 통해 널리 회자했고, '전북도 책임론'이 급박하게 '여가부 책임론'으로 옮아가는 전환점이 됐다.

전북 출신 국회의원과 도의원, 도민 등 2000여명이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 모여 새만금 예산 삭감 규탄 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북도민들의 대정부 상경 시위는 LH 진주혁신도시 이전 확정 후 약 12년 5개월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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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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