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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노조 판치면 망한다? 되레 시민 안전과 불평등 완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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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노조 판치면 망한다? 되레 시민 안전과 불평등 완화시킨다

[기고]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 ③

'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노조법 2조, 3조 개정안은 현재 협소하게 정의되어 있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현실에 맞게끔 넓히고, 진짜 사장인 원청의 교섭 의무를 지웁니다.(2조) 더불어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손해배상청구를 금지(3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하지만 지난 8월 21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노조법 2조, 3조 개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동조합은 고용과 임금을 넘어 산재 은폐를 막고, 안전보건 조치를 요구하며, 예방과 보상 측면에서 노동환경 개선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노동안전보건 활동 사례를 통해 노조법 2조, 3조 개정의 의미와 필요성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정부 여당은 법률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을 막아서고, 대통령은 국회 통과 시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강성노조가 판을 치고, 대한민국이 망할 거라"는 것이 그들의 논리라고 보인다. 하지만, 나와 나의 동료들이 일하는 철도 현장에서의 체험은 노동자와 시민이 더 안전하고, 불평등이 완화되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앞당겨질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코레일의 용역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방치된 차별과 나의 동료들은 코레일네트웍스(주)는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의 용역형 자회사이자 국토교통부 산하의 기타공공기관이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수도권 광역철도 280여 개 전쳘역 중 절반인 140개 역을 수탁운영한다. 방학역은 철도 공사의 역무원들이 일하고, 도봉역은 코레일네트웍스의 역무원이 일하는 형태이다. 전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같은 요금을 내고 이용하지만, 도봉역의 역무원은 방학역 역무원의 절반도 안되는 임금을 받고, 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다. 인원 또한 2명 이상이 적은 상태로 운영된다.

코레일네트웍스(주)는 지하철역만이 아니라, '1544-7788' 철도고객상담센터와 수도권 전철내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철도보안관(질서지킴이) 업무 전체를 수탁운영하고, 서울역, 용산역, 청량리역, 영등포역, 광명역, 수원역, 천안역, 동대구역, 부산역 등 11개 주요 열차역의 승차권 발매업무를 전담하고, 도고온천역, 군북역 등의 간선역의 역무도 위탁 운영한다. 또, 최근 언론에 자주 비친 광주송정역 주차장을 포함한 서울역, 광명역, 오송역 등 전국 160여 개 주차장을 '영업권 계약' 방식으로 수탁 운영하고 있다.

자회사라서 방치된 안전과 차별과 모두가 짐작하듯 수탁업무를 하는 코레일네트웍스에는 역, 상담센터, 전철, 주차장 등의 시설물에 대한 권한이 없다. 모두가 코레일의 소유이고, 역무와 상담센터의 사무집기 및 정수물품도 코레일의 소유이다. 코레일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1600여 명의 자회사 노동자들의 일터는 원청의 절대적인 지배를 받는다. 임금과 복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자회사 노동자들이 코레일을 상대로 제대로 얘기할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새마을호에서 승객들이 사용하던 모포를 침구류로 지급하고, 곰팡이가 핀 숙직실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상황과 낡은 철제 캐비닛의 교체, 고장 난 냉난방기, 누수와 결빙, 2인 1조 필수 근무를 무시하고 1인 근무로 운영되는 전철역이 방치되는 동안, 코레일네트웍스에서 돌아온 말은 "권한이 없다", "원청에 얘기해보겠다", "원청에서 아직 답변이 없다"였다.

'안전근로협의체'로 매워지는 안전과 차별

2019년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공공기관에서는 『공공기관의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19.3.28. 기획재정부)에 따라 『공공기관 안전근로협의체 구성 및 운영규정』이 마련되었고, 철도노조와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2019년 9월부터 이를 근거로 '안전근로협의체'를 구성, 운영하게 되었다.

안전근로협의체는 원청인 코레일 노사 양측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자회사의 노동조합 대표자, 자회사 사측이 참석하는 구조로 되어 있고, 자회사 노동자와 영업장의 안전문제를 논의하는 협의체이다. 이를 통해서 20여 년간 그 위험성에도 방치되어왔던 철도고객센터 앞 건널목 차단기 설치와 수년간 방치된 냉난방 설비의 교체했고, 수년간 요구해도 고쳐지지 않던 역 시설물의 개·보수할 수 있었다. 물론, 가장 잘 관철되는 것은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구조물과 시설물 결함 등이고, 휴게시설의 개보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맞물려서 이뤄진 부분이 크다.

▲안전근로협의체 회의ⓒ서재유

안전근로협의체의 한계

안전근로협의체 운영으로 그동안 처리할 수 없었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사실이나. 공공기관에 부여된 의무일 뿐 산업안전보건법 상 강제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원청 노동조합의 성향에 따라서 구성 여부나 원청 행태가 결정된다. 또한 해당 협의체의 내용을 담보하는 것도 원청의 산업안전보위원회이고, 협의체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는 것 자체로는 하청노동자가 법률적 책임을 물을 길이 별로 없다.

또한,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자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원청에서 해결해야 할 냉난방기의 교체나, 휴게시설의 보수 등을 원청은 "자회사 노사협의회의 안건"이라며 안건 처리를 거부하며 대립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지만, 관철되지 않았을 때 해결할 방법이 별로 없다.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노동자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불평등을 완화하자

안전근로협의체는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권리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20년을 용역자회사 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자 자신뿐만이 아니라, KTX와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조차 지키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안전근협의체를 구성함으로써 코레일이 운영하는 140역의 역의 역무원과 시민들의 안전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었다.

간접고용 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안전근로협의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만연한 차별과 착취를 극복하는 길을 여는 것이다.

한계가 명확한 '안전근로협의체'가 공공기관에서 구성된 계기는 2018년 12월 하청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인원이 부족해 2인 1조 근무가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목이 끼어 죽어간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참사로 인해,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투쟁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과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시민사회 단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안에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조합원들의 투쟁도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원청을 상대로 교섭하고,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진짜 사장과 교섭하고, 당연한 쟁의권 행사로 인해 '손배가압류'를 당하지 않도록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하다. 모두가 안전하고, 불평등이 완화된 세상을 위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마포역 방향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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