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번 주에 다룰 내용은 '타투업법(문신사법)'입니다. 국회에서 여러차례 논쟁이 되기도 하고, 가십성 기사로 여러 형태로 보도된 바 있지요. 이 법안을 둘러싸고 어떠한 내용들이 논의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한 유럽 국가를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공항 출입국 심사대의 직원들을 보면서부터 놀랐습니다. 날도 덥고 하니 당연히 반팔을 입고 있는데, 팔에 새겨진 타투(또는 문신, 이하 '타투'라 통칭)부터가 놀라웠습니다, 장미꽃을 새기기도 하고, 또 그 장미꽃을 휘감는 호랑이의 자태가 휘황찬란합니다. 거리에서 보는 풍경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양발에 타투를 새기고 걸어다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입니다. 얼굴에도 새긴 사람을 보았습니다. 유럽국가에서 타투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 것 같습니다.
최근 <중앙일보> 보도(23.7.31.)를 보면, 이탈리아, 스웨덴의 타투 인구 추정비율은 48%, 46%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6%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9) 조사 결과, 우리 인구중에 타투를 경험한 인구는 15.3%였고, 반영구화장을 경험한 인구는 30.7%정도 추정됩니다. 당연히 세대별로 보아 2∼30대 비중이 높지요. 40대로 갈수록 점점 그 비중은 줄어듭니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타투는 2~30대 비중이 25% 정도에 달하는데, 반영구화장(눈썹문신)의 경우는 4~50대의 경우 35.3%, 26.4%로 2∼30의 그것과 차이가 없습니다.(표, 국회 보건복지위 검토보고서, 류호정(타투업법안)서 재인용)
통상 사회에서 눈썹은 관상을 좌우하는 요소로 평가되기도 하고, 여성들의 경우 화장을 편이하게 할 목적으로 반영구화장을 활용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의 경우도 눈썹 문신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듯 합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안철수 의원이 눈썹문신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반면 타투라는 것은 특정한 문양을 자신의 몸에 영구적으로 새기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회적으로 일종의 '혐오감'같은 것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목욕탕에서 타투(일본서는 '이레즈미'入墨라고 합니다)를 몸에 새긴 사람들에 대해서 입욕을 불허하기도 합니다. 조직폭력배들이 일반인에게 위화감을 주고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몸에 문신을 새긴 사례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죠. 저도 솔직히 이런 문신행위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타투를 새긴 분들은 이러한 사회적인 편견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타투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변했고, 타투를 새긴 이유에도 제각기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죠. 젊은 시절 멋으로 새기기도 하지만, 화상 입은 자리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새긴 분, 또 가족을 상실한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에 가족의 얼굴을 새긴 분 등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문제는 타투을 몸에 새기는 행위는 불법이 아닌데, 문신을 새겨주는' 행위가 현행법상 불법인 것입니다. 의료법상 타투가 의료행위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비의료인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대상은 간호조무사, 의료유사업자, 안마사에 한해 할 수 있다고 제한해 놓았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에 문신을 새기는 행위를 일종의 의료행위로 보아 여러 차례 처벌한 전례가 있습니다.
처벌을 받은 분들은 법이 문제라고 법령의 위헌성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문신 시술행위가 위법인 것은 아니나, 문신 시술이 가져올 질병 전염 위험성과 보건상의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도3219 판결(공1992, 2057);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4도673 판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신사(타투이스트)들이 문제제기를 하게 된 것입니다. 위에서 보듯 점점 젊은 층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타투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법은 사회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정치권도 행동에 나섰습니다. 류호정 의원이 '타투업법(안)'을 발의하고, 자신의 몸에 타투를 새긴 사진을 배포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타투 인구가 과거와 다르게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고 그것이 과거의 소위 '용 문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여러 표현을 몸에 새기는 것인데도 일률적으로 문신사들을 처벌 위험에 놓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겠죠. 과거와 달리 문신사들 스스로도 문신에 사용하는 도구에 대해서 엄격한 위생절차를 밟으려 하는 점들도 근거가 될 것 같습니다. '질병 전염의 위험성'이나 '보건상의 위해'를 처벌 근거로 본 법원 결정을 존중하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이 사안과 관련, 4명의 국회의원이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최초로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그 이후로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 마지막으로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법안을 냈습니다. 법안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음성적으로 이루어진 타투행위를 법률의 테두리로 끌어올리는 것이죠. 그리고 타투 시술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행위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법으로 허용하니, 당연히 과거처럼 타투이스트의 타투시술행위를 무허가 의료행위로 보아 처벌할 수는 없겠지요. 일정한 자격/경력요건을 갖춘 타투이스트들에게 면허를 발급하고, 무면허 행위는 반대로 처벌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양성화'를 하는 것이죠. 아울러 정부 보건당국에서는 타투업소에 대해서 여러 위생관리 의무를 부과해나가는 겁니다.
현대 형사법은 많은 과거의 잘못된 관념체계(앙시엥 레짐, Ancien Regime)속에서 비롯한 관습상의 처벌행위를 단절하고, 형사벌로 연결될 수 있는 행위를 비범죄화해 왔습니다. 예컨대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시절 술을 제조·판매하는 행위를 처벌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그 행위를 처벌할 가치가 없고, 일반인의 관념과 정서에도 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타투는 과거에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명분이나 보건상의 위해성 때문에 사실상 금지행위로 취급되었지만, 이제는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타투법안은 시대에 부합하는 법안이라 볼 수 있을 것이고, 현실의 행위에 맞게, 법을 개정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여전히 의료 쪽 여러 단체에서는 보건상의 위해를 들어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위해는 정부의 관리/통제하에 제어할 수 있는 사안일 것이고, 의료단체에서 이러한 정부의 관리감독권한을 위탁받아 관리감독하게 한다면 위해성에 대한 논란도 종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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