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긴축재정을 기조로 발표한 내년도 정부예산안에서 호남지역 자치단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전북은 새만금 SOC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되고, 광주도 AI 등 핵심사업이 배제되면서 표정이 어두운 반면, 전남은 미래 전략산업분야 국비를 역대 최대치로 확보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2024년 정부 예산안은 '건전 재정'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보다 2.8% 증가한 656조9000억 원 규모로 역대 최소 증가 폭이다. 20년 만에 총지출 규모를 가장 낮은 수준으로 묶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치단체들의 역점 사업예산이 대거 삭감됐다. 특히 야당 텃밭인 호남지역 자치단체들은 이번 예산 확보전에서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정부·여당과의 통로가 여의치 않아 예산확보에 난항을 겪었다.
전북도의 경우 내년도 정부 예산편성안은 7조9215억원으로, 올해보다 3870억원(4.7%)이 줄었다.
새만금 기본계획에 반영된 주요 SOC 10개 사업의 부처반영액 6626억원 중 기획재정부 예산 심사에서 1479억원만 반영됐다. 무려 5147억원(75%)이 삭감된 것이다.
파행으로 끝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여파가 정부예산안에 반영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전북지역 주요 일간지들은 '참담', '학살극', '무더기 칼질' 등의 극한 표현을 쓰며 예산 소외를 토로했다.
광주시 또한 내년도 국비 예산안에 3조1426억원이 반영되는데 그쳐 지난해보다 971억원이 줄었다.
광주시가 계획했던 초거대AI 데이터 전처리 환경 조성 예산 140억 원이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빠졌다.
반면 전남도는 2024년 정부 예산안에 국비 8조6000억 원이 반영돼 3년 연속 8조 원 넘는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2023년도 정부 예산안보다 무려 3878억 원(4.9%) 증가한 규모다.
미래 전략산업으로 확보한 정부 예산은 올해보다 517억원(24%)이 증가했고, 신규 12개 사업 406억원을 포함해 총 60개 사업이 대거 반영됐다.
정부의 강력한 긴축재정 기조로 볼 때 매우 큰 성과다.
이 같은 배경에는 서삼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전남 영암·무안·신안 지역구 재선 출신인 서 위원장은 전남도의원과 무안군수 3선을 역임하며 지역내 풍부한 인맥을 자랑한다.
그가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임명된 이후 전남의 거의 모든 시장·군수들이 찾아가 내년 예산 확보를 부탁했다.
전남지역 한 기초자치단체장은 "서 위원장을 방문해 국비 협조를 부탁하는 과정에서 직접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전화 연결로 바꿔 줘 깜짝 놀랐다"며 "야당 소속 자치단체장으로서 기재부 직원 한 명 만나기도 어려운데, 이번 정부 예산 확보에서 서 위원장의 역할이 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안에 반영된 예산이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에 지역 국회의원이 배정돼야 하나 현재 분위기상 '호남 국회의원 몫'이 사라질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 내부에서 "호남에는 서삼석 의원이 예결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광주·전남에 배정된 1석의 예산소위 몫을 수도권 의원에게 돌리려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정부의 긴축 재정 속에서 지역 예산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번에 서삼석 의원이 '예산 지킴이'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제는 정부 예산안 그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예산소위에 지역 국회의원이 배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전남 국회의원 대다수가 민주당 소속임에도 존재감이 미약한 현 실정에서 다시 한번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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