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했다가 '항명' 혐의로 군 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됐다. 박 전 단장 측은 항명 혐의로 입건한 것은 어이없는 죄를 뒤집어 씌운 것이라며 대통령실 개입 보도가 나오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1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군사법원에 출석한 박 전 단장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설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항명'이라는 어이없는 죄를 뒤집어 씌운 것이 핵심"이라며 "군 판사가 상식이 있다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 판단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수사보고서 내용에 관여했다는 박 전 단장의 주장이 보도로 나오면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고 보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시기적으로 오해를 사기 딱 알맞은 때 영장이 청구된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8월 29일 <MBC>는 박 전 단장이 군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 이같은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 전 단장이 지난 7월 31일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보고서에 대해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진술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계환 사령관은 박 전 단장에게 국방부가 사건 혐의자와 혐의를 제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단장이 그 이유를 묻자 대통령실 회의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 이렇게 됐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군 검찰은 이미 그 내용(VIP 격노)을 관련자들 진술을 통해 확보했다. 지금 군 검찰은 상당히 정치적으로 오염돼 있다. 권력에 도취된 것 아닌가 싶다"며 "권력에 도취된 이러한 행동에 대해 군 판사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에 대해 김 변호사는 "안보실의 개입 정황은 이미 충분히 나왔다고 본다. 그 부분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특검(특별검사) 수사 통해서 밝혀질 것"이라며 "박 단장은 충분히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고 국민들께 알릴 사항을 다 알렸다. 이제 객관적 기관의 수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는 박 전 단장의 동기인 해병대사관 81기 동기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박정훈 대령이 전우 없이 혼자 시궁창에 들어간다"며 "166명의 동기, 100만 해병 전우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국민의 응원의 마음을 담아 팔각모 사나이를 불러 해병 혼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면 좋겠다"며 군가 <팔각모 사나이>를 합창했다.
한편 이날 10시로 예정된 실질심사는 출입 문제를 두고 박 전 단장 측과 군 당국이 대립을 벌이다 이날 정오가 넘어서야 진행됐다. 군 당국이 박 전 단장 측에게 국방부 영내를 거쳐 군사법원으로 진입하라고 했는데, 박 전 단장 측은 출입 조치를 마쳤고 법원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으로 진입하는 것이 적합하다며 군사법원과 바로 통하는 출입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평상시에도 이 문을 닫아 놓으면 출입조치를 못할 경우 신청서도 내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군사법원이라고 해도 민간인에게도 신청 권한은 있다. 이를 행사할 때 왜 출입조치를 해서 들어가야 하나. 공개재판 때도 법정으로만 통하지 그 이상은 방벽이 있어서 진입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 전 단장과 동행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예전에는 영내로 들어가 출입 보안조치를 거쳐 출입했다"며 군사법원 출입문이 생긴 이유는 "모든 재판은 헌법상 공개재판 원칙"이 있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소장은 "그러면 이 문을 열어주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해줘야 한다"며 군사법원이 영내를 통과해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군사법원이 (군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법원이 영장실질심사하는데 출입을 안 시켜주고 검찰 통해서 들어오라고 하나"라며 "저희가 이 문을 열라고 하는 것은 영장실질심사를 공정하게 받을 수 있는 방어권과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 측이 군사법원으로 진입하는 문을 이용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정오경 구인영장을 집행해 영내를 거쳐 박 전 단장을 군사법원으로 데려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의 소병철·박범계·박주민·박용진·김승원·이수진·최강욱 의원 등이 현장에 찾아 항의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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