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년여 만에 또다시 '경찰 1인 1권총' 소지를 공언한 가운데, 기존 주력 권총보다 살상력을 낮춘 '저위험 권총'의 소지 확대가 '묻지마 범죄' 예방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모든 현장 경찰에게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고, 101개 기동대에 흉기 대응 장비를 신규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저위험 권총'은 9밀리미터(㎜) 리볼버로, 경찰의 주력 총기인 38구경 리볼버에 비해 살상력을 10분의 1로 낮춘 권총이다.
경찰은 지난해 말 외부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저위험 권총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38구경 리볼버를 성인 남성의 허벅지에 쐈을 때는 관통 깊이가 48센티미터(㎝)에 이르지만, 저위험 권총의 경우에는 6㎝만 뚫고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또한 38구경 리볼버가 680그램(g)으로 사격 시 반동이 컸다면 저위험 권총은 515g으로 30%가량 가벼워 사격 반동도 그만큼 완화된다고 한다.
현재 경찰은 경찰 1인당 저위험 권총 1자루씩을 단계적으로 보급하기로 하고, 예산 86억 원을 편성했다.
윤 대통령은 1년여 전인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경찰서 신촌지구대와 가진 간담회에서도 '경찰 1인 1권총' 소지를 검토 지시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흉악범에 대한 경찰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경찰 사격훈련을 강화하고 경찰관마다 전용 권총을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했다.
이에 경찰청은 권총 구매 예산을 1억5000만 원에서 26배 늘린 38억5600만 원을 편성했으나, 국회는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38억5600만 원 중 25억600만 원 삭감)했다.
경찰은 선진국에 비해 한국 경찰의 총기 보급률이 저조하고 1인 1총기가 있어야 비번이나 휴무자들도 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살상력이 큰 38구경 리볼버 권총 확대에 따른 인권 침해와 사고 가능성 등을 우려해 감액 의견을 고수했다. 여당 의원들도 이에 동의했다.
당시 국회 입법조사처는 총기 확대가 범죄 예방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총기 보급 확대보다는 테이저건과 가스총의 활용 범위를 늘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특히 입법조사처는 경찰관의 극단적 선택을 포함한 총기 사고의 위험도 우려했다.
경찰청 국감에서도 총기 대신 한국 치안 상황에 맞는 다른 장비의 보급이 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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