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가 교내 설치한 일제강점기 독립군 김좌진, 홍범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하려고 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기획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육사의 창학정신 계승과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도 흉상 철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29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이종찬 회장은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살펴봤을 때 이번 흉상 철거와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출범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간 곳이 우당 기념관이고, 정치 시작 선언을 윤봉길 기념관에서 했다. 그분의 근본은 독립운동이고 그 위에 자유 민주주의라는 질서를 세우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국방부) 장관이 하는 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시킨 것으로는 저는 전혀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철거 배경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통고도 못 받았고 저에게 의견 청취한 일도 없다"며 "지금 할 일이 얼마나 태산같이 많은가. 뭐가 그리 급한지 (모르겠다), 나는 이 문제가 우선순위 급한 것, 1번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니까 의아하게 생각한 것"이라고 말다.
이 회장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여당 일부 의원들이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참여를 문제 삼는 것에 대해 "1920년 당시에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수단을 다 동원했을 때 시기인데 이념적으로 꼭 공산당이다 이렇게 보기에는 어렵다"며 "또 그러한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62년 대한민국의 제2등 훈장을 줬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다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훈장을 줬을 텐데 공산주의 이력만 자꾸 따지게 되면 그분에게 훈장 중 대한민국 정부는 무슨 꼴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담 문제로 흉상을 철거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 외에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는데, 남한에서도 홍범도 장군을 기리지 않으면 북한의 이러한 주장을 강화시켜주는 셈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제가 홍범도장군 기념사업회를 처음 만들면서 유해 봉환 문제를 생각했다. 그런데 카자흐스탄과 교섭한 결과 북한에서 반대하니 여기도 저기도 보내지 못한다 하더라"라며 "그 분 고향이 평안북도다. 그래서 제가 평안북도니까 북한에서 모셔가면 어떠냐 그랬더니 그것도 아니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회장은 "제 생각에는 홍범도 장군이 봉오동 전투를 비롯해서 혁혁한 무공을 세웠는데 북한에 있는 모든 역사는 김일성의 무장투쟁이 최고고 다른 사람 것은 거기에 비교하지 않고 있다. 만약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봉환해 가서 북한에서 김일성보다 더 위대한 장군이 있었다고 (북한) 인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그렇게 탐탁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니까 모셔오지도 않고 또 우리가 모셔오겠다는 데 선뜻 응하지도 (않고) 방해를 하고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렇기 때문에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봉환해 온 것은 어떤 면에서 북한에게 이것 봐라, 항일 무장투쟁한 이런 위대한 분이 계시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행사라고 봤다"며 "그런데 지금 만약 흉상을 치워버린다면 북한이 생각하는 것을 맞춰주는 결과가 되는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서 이는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1951년 10월 육사 4년제가 다시 시작됐을 때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의 후손인 안충생 장군을 찾아 준장 계급임에도 불구하고 소장,중장 계급 자리였던 육사 교장으로 임명했다며 육사의 창학 정신이 독립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육사 내 흉상 설치는 "독립군의 역사를 우리 국군의 역사와 연결해서 승화·발전시키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며 "그 다섯 분은 사실상 독립 전쟁의 영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인물들이. 이 역사를 국군의 역사를 독립전쟁의 역사와 연결하는 입장에서 다섯 분의 흉상을 세운 것이니까 이것을 간단하게 어떤 전시물이라고 보기 전에 하나의 역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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