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잼버리야영장 폐쇄해라' 새만금잼버리대회에 참가했던 대표단이 대회 조직위에 던진 원망에 찬 발언 내용이다.
새만금잼버리대회가 시작되면서 조기 퇴영까지 각국 대표단이 대회 조직위에 요구한 내용들을 보면 이번 새만금잼버리 대회가 얼마나 부실하게 준비됐었는지 알 수 있다.
26일 전주MBC가 단독 입수해 공개한 잼버리조직위 내부 회의록 내용을 살펴 보면 과연 이런 상태에서 잼버리 대회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일정별로 회의록에 기록된 내용을 살펴 보면 대회개막 전날인 7월31일부터 혼란은 시작된다.
31일 회의록에 기록된 단어는 '야영장 침수' '밥 좀 주세요' '샤워실 물 안 나오고 화장실은 물이 샌다' '셔틀버스 부족' '식사시간 지연과 칼로리 부족' 등이다.
영국대표단은 '물과 전기 문제'를 제기했고 한국스카우트 측은 '침수는 햇빛에 마르길 바랄 뿐'이라고 답한다.
야영장 침수는 햇빛에 마르기를 바랄 뿐
대회 1일차인 8월 1일 회의록에는 참가국들이 '야영장의 준비부족' 상태를 지적하며 입영을 늦춘 사실이 기록돼 있다.
일부 회원국들이 야영장 정비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입영을 연기한데 대해 한국연맹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회의가 시작됐다.
대회 첫날에도 시설에 대한 불만이 계속된다. 덴마크는 '화장실이 더럽다'고 했고 이스라엘은 '샤워실에 3일동안 전기공급이 안 된다' 포르투갈은 '음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개영식이 진행된 대회 2일차 8월 2일.
이날부터 급증하는 온열질환자로 참가국들은 잼버리 병원의 수용력에 문제를 제기한다.
폴란드는 '의료진과 환자 간의 의사소통과 병원이 환자를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고 이집트는 '구급차가 오기까지 30분 넘게 걸리는데 개영식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냐'고 질문한다.
헝가리도 '밤에 온열질환으로 쓰러진 참가자가 있었지만 병원으로 갈 이동 수단이 없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여전히 음식량이 부족하는 지적이 나오면서 조직위와 한국연맹은 이에 사과한다. 몰디브는 '할랄음식 미제공'을 제기했고 개선되지 않고 있는 화장실문제로 조직위에 대한 불신이 제기된다.
독일이 먼저 퇴영 거론, "조직위, 똑바로 일해라" 일침
8월3일 대회 셋째날에 독일대표단이 먼저 퇴영을 거론한다.
독일은 '문제의 온열환자가 속출했던 개영식이 다중 인파관리 실패로 위험을 초래했다'며 '독일 대사관과 조기 철수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발언한다.
이에 김현숙 여가부장관은 '6일 예정된 콘서트에는 500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겠다'고 했지만 포르투갈은 '인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똑바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일침을 가한다.
이날도 호주와 이스라엘, 네델란드 등 각국 대표단이 '덩굴터널과 야영장에 조명이 없다' '음식의 양이 여전히 부족하다' '샤워실과 화장실 청결상태가 심각하다' '음식과 의료, 위생,보안 등의 문제가 너무 긴급한 상황'이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처럼 대회가 시작되고 중반에 접어드는 시기에도 시작 전부터 제기됐던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급기야 대회 4일차인 4일 "문제 해결 안 되면 야영장 폐쇄하라"는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다. 또 "화장실 너무 더럽다"는 비난이 그치지 않는다.
의료진에서는 "5일 동안 1000명이 넘는 환자들이 내원했다. 그늘이 없고 물이 부족해 온열환자를 급증시켰고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벌레물림 환자도 많은 상황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환자들의 상태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도대체 화장실은 언제 청결해지나? 차라리 야영장 폐쇄하라
화장실과 샤워실은 이때까지도 개선되지 않았으며 미국대표단은 "도대체 화장실은 언제 청결해지는 것인지 정확한 시점을 말해달라"고 따져 묻는다.
남아공대표단은 "무려 6일동안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게 없어 충격"이라고 했고 튀니지는 "차라리 잼버리 야영장을 폐쇄하라"는 충격적인 요구를 한다.
여기에 이스라엘은 '비가 오면 상황은 더 열악해질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회가 5일차로 접어들던 8월 5일, 각국 대표단의 내부 분열이 심해지면서 대규모 참가국인 영국 뿐 아니라 미국, 싱가폴이 한꺼번에 퇴영을 선언하고 빠져나간다.
영국은 '힘든 결정이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해 조기 퇴영하기로 했다'고 했으며 떠나는 영국을 위해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조직위 차원에서 이동할 수 있는 운송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때부터 각국 대표단은 조직위를 맹비난하기 시작한다.
리히텐슈타인은 '조직위는 빠지고 여가부가 세계연맹과 함께 화장실과 폭염 문제 등을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포르투갈은 '참가자들이 왜 떠나는지 아느냐'며 '리더십 부재와 운영 부실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호주는 '아예 잼버리를 중단하라'고 비난했다.
이에 한국연맹 이항복 야영장은 '1년 전 세계연맹 측에 잼버리 대회를 늦추자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문제의 원인을 세계연맹 측에 돌리면서 '장비를 모두 반납하고 나가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아이슬란드는 '그늘을 더 만들어 달라', 알제리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구급차가 늦게 온다', 이탈리아는 '셔틀버스를 늘려 달라' 파라과이 역시 '이동 수단이 부족하다'며 운송 수단 부족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한다.
성범죄 비롯 심각한 사건 35건, 최소 300건 넘게 심리상담
대회 6일차(8월 6일)에는 성범죄 사건으로 어수선해진다. 성범죄 논란으로 한국 대원 80여 명이 공식 퇴영했고 세계연맹 소속 세이프프롬함(Safe from Harm)팀은 '심각한 35건의 사건이 접수됐고 최소 300건이 넘는 심리 상담이 진행됐다'고 발표한다.
'가장 많은 사례는 남성이 여성에게 저지른 성추행이었고 다음은 해변 파티 등에서 술을 마신 뒤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밝힌다.
대회 기간 성인, 청소년 참가자 모두 술을 마실 수 없는 원칙에도 인근 해수욕장에서 벌어진 비치파티에서 다수가 술에 취해 숙영지로 돌아온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세계연맹은 6일 예정됐던 K-팝 콘서트는 연기됐다고 공지한다.
전쟁 중에 대회에 참여한 우크라이나가 '한국 군인들이 야영장 경계선을 지키지 않아 불안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는데 그늘막을 설치하기 위해 군용 트럭들을 몰고 와 공병대가 동원되면서 이같은 불안 현상을 호소한 것이다.
또 외부인이 '종교적 엽서를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행위'에 대해 '위험하다'고 표현했다.
노르웨이와 루마니아는 '덩굴터널에 조명을 설치해달라', 한국은 '셔틀버스가 부족하다' 등 대회 전날 부터 지적돼 왔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태풍 카눈이 북상하던 대회 7일차 8월 7일에는 결국 전원 조기 퇴소를 앞두고 마지막 회의가 열린다.
세계연맹과 한국 정부는 '태풍이 한반도를 향하고 있었고 9일쯤 야영장에 영향을 끼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조기 철수방침을 참가국들에게 알린다.
우리 어디로 이동해서 어디서 묵나?
갑작스러운 결정에 참가국들은 각각 '어디로 이동해서 묵는 건지 알려 달라', '아이들이 먼저 출발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 '다음 회의는 언제냐' 등 빗발치는 요구와 질문에 '게시판을 통해 공지하겠다'는 말로 회의는 서둘러 마무리가 됐다.
전주MBC는 참가국들이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왜 조기 퇴영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대회 전 날부터 전체 조기 퇴영이 결정되기 까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8일간 진행된 내부 회의록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회 유치 후 6년간 준비했다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새만금잼버리 대회는 이처럼 조직위 내부 회의록에서 각국 대표단이 발언한 내용에서 살펴 볼 수 있듯이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대회 기간 내내 '준비 소홀'로 인한 온갖 문제에 시달리다가 태풍 '카눈'으로 인해 조기 퇴영하는 비운(?)을 맞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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