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때만 해도 희망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슴이 숯덩이입니다. 피해 신고 1달이 다 되도록 단돈 10원도 받지 못했으니….”
올해 7월 중순의 폭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전북 익산시는 같은 달 19일 정부의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신속한 피해복구와 함께 농민들의 영농 재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영농기반이 무너지고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긴 피해농가들의 기대가 분노로 뒤바뀌는 데에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특히 침·관수 피해가 가장 심했던 익산 북부권의 망성면과 용안면, 용동면 등 3개 면(面)의 주민들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만 하면 뭐하느냐”며 “코로나19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서 신속한 지원이 급선무인데 늑장 지원하는 바람에 그 사이에 피해만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익산시가 특별재난지역 지정 이후 피해농가들의 신고접수를 완료한 때는 7월 31일이다. 이를 토대로 '피해조사 – 행안부 검증 –복구비 산정' 등의 절차를 밟는다지만 피해접수 완료 1달이 다 되는 지금까지 단 한 푼도 지원되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직전이다.
주민들은 “겨울농사를 하려면 비닐하우스도 바꾸는 등 영농비용이 필요한데 그나마 수중에 있던 돈도 이제 다 소진한 상태”라며 “정부는 피해신청만 받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따져 묻고 싶다”고 항의하고 있다.
김재복 망성면 보상대책협의회 위원장(54)은 “망성면의 경우 지난 5월에 이어 7월에 다시 물바다가 되어 타격이 더 심했다"며 "그래서 피해 조사액의 40%가량을 긴급생활자금으로 선지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 정부는 묵묵부답이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코로나19 때보다 더 급한 상황”이라며 “지난 1개월 동안 지원한다는 말만 무성했지 언제까지 지원을 해주겠다는 기한도, 설명도 전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피해농가들은 피해산정 기준에 대해서도 20년 전의 것을 적용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농가는 “20년 전의 기준에서 품목별로 5%에서 20~30%까지 올려준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데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라며 “그동안 물가상승률이 얼마인데…”라고 반발했다.
그는 “정부가 실질적인 보상을 해 줘야 할 것”이라며 “피해산정 금액도 포괄적으로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명시해 농가들의 답답함을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60대의 다른 농가는 “1억 원 이상의 피해를 봐서 50% 정도는 보험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런데 현행 정부기준으로는 1000만원 정도만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또다시 4000만원가량 빚을 지게 됐다. 이게 말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농가들은 다음 농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폭우피해의 100% 보상을 강력히 촉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망성면 보상대책협의회와 용안면 수해대책위원회, 용동면 수해대책위원회, 익산시농민회, 한농연 익산시연합회, 한우협회 익산시지부, 익산시 여성농민회, 진보당 익산시지역위원회 등은 28일 오전 10시 익산시청 앞에서 ‘익산 피해농가 수해대책 촉구’를 위한 대규모 집회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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