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미뤄달라는 중소기업계의 요구에 수긍하며 관련 법 개정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 자리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데 현장에서는 굉장히 우려가 크다"며 "사실 이 법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법이라고 중소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법 규제도 강한데,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 대표자를 최소 1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처벌) 하한법은 독소조항"이라며 "대표가 구속되면 수습할 수도 없고 중소기업인들이 기업하기 어렵고 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이다.
김 회장은 "실태조사를 해보니 50인 미만 사업장 중 41%가 내년 1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준비가 불가능하고 50인 이상 사업장조차도 34%가 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법 적용)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해 줄 것을 건의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은 우리 당 의원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며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적극 말씀드려서 협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호응했다.
국회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예되지 않고 시행되면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며 "저희가 적극적으로 (법 시행을) 2년 유예시키고 개정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를 보면, 전체 산재 사망사고 611건 중 381건(62.3%)이 50인 미만(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이같은 상황에서 여당이 2019년 법 제정 당시 4년 유예된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또 한 번 미루겠다고 밝힌 것이다.
앞서 한국경영자총연합회도 지난 6월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해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고용노동부 산하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에 제출했다. 형사·산업안전·경제법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TF 위원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은 △ 기업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증여세 납부 기간 연장 및 저율과세 구간 확대 △ 지난해 개정된 하도급법 상 개별 중소기업을 대신해 대기업과 납품단가 조정을 진행할 수 있는 조정협의체의 실효화 등도 건의했다.
기업 승계 관련 건의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를 위한 세법 개정안은 아마 예산 부속법안으로 처리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말 예산을 처리하면서 이 부분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납품단가 연동제 관련 건의에 대해서는 김 의원이 "납품단가연동제라는 중기중앙회 숙원사업이 큰 틀로만 이뤄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실제 시행하기에는 여러 제한 요건이 있다. 잘못하면 대기업에 찍히는 것 아니냐는 실질적인 문제가 있다"며 "(여야) 간사 간에 (관련 법 개정이) 합의되서 다음 법안 심사 때 논의하기로 했다.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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