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폭우로 실종된 주민을 수색하던 중 순직한 고(故) 채 상병 사건에 대해 국방부가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를 적시하지 않고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기로 했다. 1사단장 혐의를 적시한 해병대 수사단장의 수사보고서 이첩을 막으면서 초급간부들의 혐의가 불명확해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던 국방부의 설명이 궁색해진 상황이다.
21일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병대 순직사고 재검토 결과'를 통해 임성근 1사단장과 박상현 7여단장 등 지휘부 4명에 대해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실관계만 명시해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앞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로 적시한 것과는 다른 결과다.
조사본부는 지휘부의 혐의가 적시되지 않은 것에 대해 "수색활동과 관련된 지휘계선에 있거나 현장 통제관으로 임무를 부여받은 4명은 문제가 식별됐으나, 일부 진술이 상반되는 정황도 있는 등 현재의 기록만으로는 범죄의 혐의를 특정하기에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조사본부는 "문제가 식별된 4명은 각각의 사실관계를 적시해 해병대 수사단에서 이관받아온 사건기록 일체와 함께 경찰에 송부 후 필요한 조사가 진행되게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사본부는 현장 지휘관인 장교 2명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조사본부는 이들이 '장화 높이까지만 입수 가능하다'는 여단장 지침을 위반해 '허리까지 입수'를 지시했다며, 이 인원에 대해서는 인지통보서를 작성해 경찰에 이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사고 현장에 있었던 중위와 상사 등 간부 2명은 혐의자에서 아예 제외하고 경찰에 넘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사본부는 이들을 제외한 배경에 대해 "당시 조 편성 기준에 의하면 사망자와 같은 조로 편성되지 아니하였음에도 자신들이 임의로 사망자 수색조에 합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인원들에게 현장 통제관의 업무상 지위와 그에 따른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30일 해병대 수사단은 1사단장을 포함해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다음날인 7월 31일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의 대 언론 조사 결과 설명을 1시간 앞두고 돌연 이를 취소했고 경찰에 이첩하려던 자료도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중단시켰다.
박정훈 전 단장은 지난 1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5차례 통화를 했다며 "법무관리관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를)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국방부의 개입이 있었음을 주장했다.
하지만 2일 해병대 수사단은 조사를 통해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모두 혐의를 적시해야 한다며 경북 경찰청에 조사 자료를 제출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이를 바로 회수하면서 국방부가 특정 인사에 대한 혐의를 제외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같은 의혹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이날 박 전 단장에 대해 직무 정지 및 보직 해임 조치를 하고 이어 국방부 검찰단이 박 전 단장을 '집단 항명의 수괴' 혐의로 입건 및 수사에 착수하면서 더욱 불거졌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국방부의 그 누구도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특정인을 제외하라거나 특정인들만 포함하라는 등의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며 "저 또한 그 어떤 문자도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낸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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