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일본 측에 후쿠시마 오염수 조기 방류를 요청했다'는 취지의 일본 언론 보도를 계기로 주춤했던 오염수 관련 대정부 공세를 다시 강화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18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시민단체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시민 187만여 명의 서명을 대통령실에 전달하며 해당 의혹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야4당과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200만 국민 서명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아사히신문>에 사실이라고 믿기 힘든 충격적인 기사가 보도되었다"며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가 불가피하다면 내년 4월에 치러질 한국 총선에 악영향이 적도록 오염수 해양 투기를 조기에 실시해 줄 것을 바라고 있으며, 이는 비공식적으로 일본 정부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겉으로는 일본과의 실무협의를 통해 과학적 기준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며 정치 권력을 장악하는 데에만 몰두하여 정치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끝내 외면한다면, 안전한 바다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의 강력한 심판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충격적인 보도"라고 <아사히> 보도를 간접 언급하며 "곧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에 앞서서 이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부 "그런 사실 없어, 보도 자제해 달라"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해당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일일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조기 방류를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아사히>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박 차장은 이어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모든 판단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과학적 검토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러한 내용의 보도나 주장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차장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방류 시기를 이르면 이달 22일 각의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있다'는 질문에는 "정부가 지금 몇 주째 화상회의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 정부가 파악하기로는 구체적인 방류에 대해서 일본 측 언급은 없었다"고 부인하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지금 저희가 논의하는 의제 중 하나가 방류 전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정부 측에 알려달라는, 혹시 결정을 하게 되면 사전에 저희하고 조율해달라는 게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저희 판단으로는 좀 앞서 나간 기사가 아닌가 싶다"고 부연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일본과 오염수 관련 실무협의를 마무리하고 각국 내부 검토를 거쳐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차장은 이날 '실무기술협의 결과는 다음주 초에 발표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재반박 "정부 태도로 의혹 더욱 증폭"
이에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철저히 과학적 검토에 기반했다'는 박 차장 발언에 대해 "일본 측과 동일한 입장"이라며 "정부의 답변이야말로 '오염수 방류가 불가피하다면 총선에 악영향이 적도록 방류를 빨리하라'라고 요청했다는 <아사히> 보도를 수긍하게 한다"고 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정부·여당은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항의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면서 "<아사히> 보도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과학적 검토를 왜곡한 게 아니라고 보는 것이냐"고 캐물었다.
이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어제 국회 공식회의에서 왜 단호하게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했는가. 한 장관이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라고 말하자 여당 간사가 화들짝 놀라 현장에서 수습에 나서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정부·여당의 일관되지 못한 태도는 <아사히>의 '조기방류 요청' 보도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라며 "'총선에 악영향이 적도록 핵 오염수 방류를 빨리 해달라'고 요청한 정부·여당 인사는 누구였는지 밝히라"고 다시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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