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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새만금' 누가 걷어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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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새만금' 누가 걷어찼을까?

윤석열 정부의 18번 레퍼토리는 이번에도 먹힐까?

“대한민국은 지난 1991년 강원도 고성에 이어 32년만인 2023년에 다시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세계잼버리의 횃불을 높이 들게 되었습니다.”

2017년 8월 16일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개최된 세계스카우트연맹 제41차 총회에서 폴란드 그단스크를 제치고 2023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에 성공한 당시 송하진 전라북도 지사는 이렇게 손편지를 써 유치성공에 대한 감격을 나눴다.

그는 손편지에서 “이제 전라북도 새만금은 대한민국 만의 새만금이 아니라 세계의 새만금이 됐다”고 기뻐했다.

▲2017년 8월 16일 새만금잼버리대회 유치에 성공한 송하진 전 전북지사가 쓴 손편지 ⓒ프레시안

그러나 2023 새만금잼버리는 개영식 때부터 우려됐던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폭염으로 온열환자가 잇따라 발생했고 대원들은 더위 뿐 아니라 해충에 시달렸다.

그런가하면 진흙탕 숙영지를 비롯해서 화장실과 샤워실, 의료실 등 각종 편의시설의 부족은 영국과 미국 대표단이 대회 시작 나흘만에 조기 철수하는 사태를 맞이했다.

뒤늦게 무기력한 조직위를 밀어내고 정부가 적극 개입하면서 어수선해진 대회 분위기가 조금 진정된다 싶었는데 급기야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잼버리대회는 폐막 나흘의 공식 일정을 남기고 지난 8일 새만금을 떠나 전국으로 흩어지는 비운까지 맞았다.

2023 새만금잼버리를 통해 전북 서해안에 위치한 광활한 땅 새만금을 전 세계에 알리고 대한민국의 기상이 5대양 6대주에 퍼져 나가고 생동하는 전북 발전이 크게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소원했던 송하진 전 전북지사의 소원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었을까?

실은 대회가 시작되면서부터 “지난 6년간 무슨 준비를 했다는 것이냐?”는 질책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의 현직 장관 3명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직위원회는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면서 대통령의 지시만 기다렸고 책임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윤석열 정부의 18번, 레퍼토리가 등장했다.

지난 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있었던 김기현 대표의 발언을 보면 모든 것이 문재인 정부의 책임으로 들린다.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가 확정된 것은 2017년 8월 문재인 정권 시절입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처음 열리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새만금 잼버리를 언급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고, 새만금 사업을 100대 국정과제로 삼았을 정도로 준비에 집중했다고 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영상까지 찍어서 홍보에 열중했으며 관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준비 종합 계획의 수립 등과 같은 영역이 이루어진 것도 모두 문재인 정권에서 주도했던 일임을 민주당 자신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 8월 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김기현 대표 발언 일부

비슷한 내용으로 공동위원장 중의 한 명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영국과 미국 대표단의 조기퇴소가 거론되던 지난 5일 입장문을 발표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는 지방정부가 주도했지만 이날 '대통령의 긴급지시'로 대한민국의 안전.지방 총괄부서인 행정안전부와 국방부를 비롯한 범정부추진단이 모든 잼버리행사 운영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가겠다"면서 대한민국 정부를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니까 ”지방정부인 전라북도가 잘 해낼 줄 알았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그게 아녔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면서 ”이제라도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정부 총괄부서인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국방부까지 범정부추진단을 새롭게 꾸려 새만금잼버리대회를 진행해나갈 것이니 잼버리 대원들이여, 대한민국 정부를 믿어달라“는 호소를 하고 나선 것이었다.

이 말은 분명 어폐가 있다. 주관부처는 여성가족부이고 전라북도는 집행기관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비롯한 3명의 윤석열 정부의 현직장관이 공동위원장이고 김관영 전라북도지사는 집행위원장이다.

조직위는 지난 2월 말 전세계 150여개 국가에서 4만여 명이 넘게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범정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과 김윤덕 의원 2명 체제이던 공동위원장에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과 문화체육부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총재를 공동위원장으로 추가 선임했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이때부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기 위한 차원에서 공동위원장에 임명됐던 것이다. 이때 만 해도 잼버리대회가 시작되기 5개월 전이다.

이때부터라도 정부가 그동안 제기된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개선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섰다면 그동안 수없이 제기됐던 폭염대책과 야영지 배수 문제, 화장실과 샤워실의 절대 부족 문제 등을 개선할 수 있었던 시점이다.

그런데 이상민 장관은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되던 당시에는 새만금잼버리가 안고 있던 심각성을 보고받지 못했고 몰랐다는 것일까?

새만금잼버리대회는 6년 전에 유치됐고 그만큼 준비기간은 충분했었다. 또 문재인 정부가 대회만 유치했놓고 대회 준비에 소홀했다 치더라도 정권이 바뀐지 1년이 훌쩍 넘은 시간은 미흡한 대회 준비를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기간이다.

▲8일 오전 잼버리 대원들이 철수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프레시안

새만금잼버리 대회에 대한 경고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도 이미 여러차례 있었다.

지난해 10월 여성가족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이원택 의원(전북 김제,부안)은 김현숙 장관을 상대로 새만금 야영지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질의했다. 김현숙 장관의 답변은 ”잘 준비하고 있다“라는 것이었고 그 결과는 참담한 현실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를 총괄하는 한덕수 총리는 대회 개영 3개월여 전인 지난 5월 현장을 다녀갔다. 한 총리는 그 당시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현장을 봤는지 궁금할 뿐이다.

정부가 주도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여러차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고 이제 와서 전 정부를 탓하는 것은 책임을 조금이라도 모면하기 위한 치졸한 행태로 국민들의 짜증만 더 부추길 뿐이다.

태풍 카눈이 뿌리고 간 비는 잼버리단원이 철수한 새만금야영지를 또 물바다로 만들었다.

지난 7일 태풍 '카눈'이 진로를 바꿔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보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 참석 중인 스카우트 대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가 다음 날인 8일 4만여 명의 세계각국 잼버리 대원들을 천여대의 버스에 실어 전국 각지로 분산시켰다.

이를 두고 정부주도의 ‘컨틴전시 플랜B’ 비상조치로 인한 조기철수는 잽싸게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뒤늦게나마 정부주도의 조기철수는 잘 한 일이다.

대회 공식 폐막일정을 나흘을 앞두고 대원들은 이제 적응이 돼 가는데 참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태풍으로 물바다가 될 야영지에서 조기철수한 일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그런데 대회준비를 그렇게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만 더욱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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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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